결말 부분의 긴장감이 덜하고 힘이 약한 느낌이었지만... 뭐랄까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30대 초), 비슷한 상태(싱글녀에 비굴한 회사원)여서 그런지 은근슬쩍(?)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자신의 초라하고 비루한 내면, 남에게 꺼내보이기 부끄러운 내면을 딱 꼬집어 표현한다는 점에서 작가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주인공 은수의 몇몇 내레이션은 내 심정을 딱 꼬집은 것이기도 했고, 내 가슴을 뜨끔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다음은 내가 밑줄 친 부분!!
"25세의 여자를 부러워하는 건 탱탱한 피부 때문이 아니다. 내 질투의 이유는, 그녀의 무모한 용기가 수틀리면 쉽게 손 털고 첨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자의 자신감게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100배 공감!!! 우리나라 셈법으로 서른을 막 넘긴 나- 게다가 미혼 여성으로 결혼을 언제할지도 모르는 나 -는 가끔씩 뭔가 새롭게 하고 싶다가도, 나이 때문에 더 넓게 생각하기 힘들게 된다.. 물론, 아직 젊은 나이지만, 뭐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그 나이, 스물다섯 전은 외모가 부러운 게 아니라 그냥 그 나이가 부럽다..
"어리다는 것은 얼마든지 꿈을 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꿈의 대부분이 몹시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점. 비록 제 딴에는 아주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외칠 것이다. "왜 안돼? 하면 돼. 나는 나니까!" 맞다. 그것이 스물다섯 살에 어울리는 세계관이다. 스물다섯살이므로,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당연하지. 다 잘 될 거야'라고 마냥 북돋워줄 수가 없는 건, 내 인생의 시계추를 다시 칠년전으로 되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 에휴... 나이 먹을수록 힘들어진다... 예전처럼 낙관만 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나는 '근거 없는 (어리석은?) 자신감'을 손톱만큼(?)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너는 왜, 이 회사에 다니니?'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아니다. 가장 솔직한 대답은 '달리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일 것 같다. 나를 안전하게 옭아매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순간, 막막한 정글 한복판에 내팽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겁이 난다면 영원히 이대로 사는 수밖에 없겠지. 동물원 우리는 아늑한 둥지라고 자위하면서."
-> 정이현 작가, 내 머리 속에 있다온 걸까?
"자, 여기 한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둘은 수십년간 단한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은 제각각의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전혀 별개의 추억을 쌓으면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온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어느날 처음 만난다. 호텔 커피숍에서, 정장을 떨쳐입고, 서로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암호명처럼 숙지한 채 말이다. 그들은 매우 정중하고 약간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수인사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불과 얼마 뒤, 그들이 영원한 법적, 경제적, 성적, 정서적 공동체가 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에게 전해진다."
-> 처음 이 대목을 읽었을 땐 섬뜩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도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난 선보고 금방 결혼하는 타입은 절대 아니지만, 괜히 시니컬해져서 이런 케이스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결혼에 대해 안달하는 여자는 꼴불견이라고 생각해왔다. 철저한 독신주의자도 아니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거라면 언젠가는 나도 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짐작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저 오래 버티고 싶었다. 버티기가 가능할 때까지, 남들 눈에 추해 보이지 않을 시점까지 자유로운 상태를 유예하고 싶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막다른 길이 닥쳐올 줄을 모르고서..."
-> 완전 뜨끔...;; 내 머리 속에 들어갔다 왔냐고요??
"스무살엔 서른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 나도 스무살때 서른살의 내 모습은 그다지 상상하지 않았지만(젊은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선 20대 중반만 넘어도 자기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상상해본다면 서른살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멋지고 안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왠지 씁쓸...) 십대 때는 대학생만 되면 될줄 알았고, 대학생 때는 취직만 하면 될줄 알았는데...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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