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가능성 있습니다.)
내가 올해 본 최악의 영화였던 '가문의 위기'에 이어 제2의 '가문의 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봤던 영화.
하지만 결과는 그리 썩 나쁘지 않았다. 이미 기대치를 마구 낮게 설정했기 때문. 쓸데없는 폭력은 눈에 거슬리지만 중간 중간 코믹적인 요소가 많다.
영화의 뚜껑이 열리기 전에는 제목도 철학적(?)이고, 조폭 양아치가 경찰로 잡입해 들어간다는 설정이 '무간도'와 비슷해 정체성 혼란과 갈등을 다룬 심도 있는 액션 영화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개봉 뒤 킬링타임용 조폭 형사 영화인 것을 안 뒤로는 별로 땡기지 않았다.
원래 욕하고 때리고 부수는 무식한 영화, 특히 그런 폭력이 코미디의 탈을 쓰고 있는 영화는 너무 질색을 하는지라 이 영화도 그리 편하게 보지는 않았다. 이 영화도 입만 열면 욕이 나오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오는 그런 영화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스토리가 떨어지고 리얼리티가 부족한 점이 가장 문제였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캐릭터 설정도 확실치 않았다. 왜 악질 양아치가 경찰이 된 뒤 착실하게 변했는지 그다지 설득력이 가지 않았다.
경찰과 깡패의 교집합에 '내'가 있다는 밴다이어그램으로 그는 자신을 설명하지만, 영화는 분명 그의 정체성이 '경찰'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의식은 경찰과 깡패 교집합 아니라, 그는 의식은 경찰, 행동만이 깡패인 것이다. 그는 결국 '깡패인 경찰'이 아니라 '깡패같은 경찰'이다.
그리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왜 그렇게 신봉하게 됐는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딴지를 걸자면, 진짜 소크라테스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소크라테스가 저 말을 하고 사약을 마셨다는 내용은 인권위 권고로 교과서에서 사라지게 됐는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 개인적으로도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마지막에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멘다는 아주 사소한 법까지도 잘 지켜 승리를 맞본다.
하지만! 그가 동료 반장을 총으로 쏜다는 반전(그래서 그가 정말로 죽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다)이나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이 너무 약하다. 쓸데없이 앞부분에 교육 과정이 길어져서 뒷부분의 힘이 약하다. 막강한 힘을 가진 그런 거대악이 그렇게 갑자기 해체되는 게 후련하면서도 좀 허무하기도 했다.
또 악역 윤태영은 '강력 3반'에서의 악역과 너무 똑같아서, 최근 경찰 영화의 흐름(양아치같은 터프한 경찰과 깔끔하게 양복 입은 냉혈한 악당이라는 구도)과 별다른 차이점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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