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브런치·마놀로 블라닉·칙릿을 우리나라에 유행시킨 시트콤, 수많은 여성이 뉴욕 순례를 떠나게 한 시트콤, 최초로 PPL을 대놓고 한 드라마… .

 바로 ‘섹스 앤 더 시티’다. 전 세계 여성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 드라마는 시즌 6까지 방영됐다. 그 후 4년. 마침내 영화로 재탄생한 ‘시티’가 지난 5일 개봉됐다. 솔직한 연애와 대담한 성생활, 화려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며 철저히 여성층을 공략한 ‘시티’. 이 블록버스터급 로맨틱 코미디를 남녀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그 여자가 보는 드라마 “여성들의 보편적인 고민 다뤄”

‘섹스 앤 더 시티’는 흔히 싱글 여성들의 화려한 패션과 솔직한 섹스를 담아낸 작품으로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는 패션과 섹스, 그 이상이었다. 진짜 주제는 사랑, 우정,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들의 뉴욕 중상류층 라이프 스타일이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라 해도 네 주인공들의 본질적 고민은 바다 건너 서울에 사는 여성들에게도 통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전세계 싱글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이자 연애 지침서일 뿐만 아니라, 가슴을 속 시원히 긁어주고 때로는 뜨끔하게 만드는 일기장이기도 했다. 여성들은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봤다.

전 세계 여성들이 이들의 컴백을 고대한 건 당연하다. ‘섹스 앤 더 시티’ 이후 비슷한 류의 드라마, 소설 등 다수의 칙릿 작품이 나왔지만, 그 어느 것도 ‘섹스 앤 더 시티’가 일궈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방송된 드라마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케이블TV에서 무한 재방송되고 있다. 몇 번씩 복습하기 지친 팬들에게 ‘섹스 앤 더 시티 무비’는 팬서비스 같은 영화다.

드라마의 장점은 캐리가 쓰는 칼럼 질문을 통해 뚜렷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 에피소드를 진행 점이었다. 각 에피소드는 탁월한 완성도를 자랑했고, 사랑과 섹스, 여성심리에 관한 풍부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그 지점은 보이지 않고, 시즌6 이후 이들의 후일담을 담는데 그쳤다.

주인공이자 내레이터인 캐리 브래드쇼(세라 제시카 파커)는 뉴욕에 사는 싱글 여성으로 성 칼럼니스트다. 캐리는 ‘신상 구두’를 사랑하는 원조 슈어홀릭이자 마놀로 블라닉을 세상에 알린 일등공신이다. 친구들과 브런치 수다를 즐기고, 쇼핑을 사랑하는 캐리의 지상최대 과제이자 풀리지 않는 문제는 바로 ‘사랑’이었다. 드라마 시즌 내내 캐리와 빅(크리스 노스)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마지막회에서 행복하게 재결합한다.

영화는 드라마에서처럼 대담한 패션을 펼쳐보이며, 성에 관한 거침없는 수다를 풀어놓는다. 동시에 캐리와 빅이라는 이 골치 아픈 관계를 다시 꺼내든다. 영화에서도 결국 문제는 ‘사랑’이다. 캐리가 사실 남자에게 받고 싶은 건 ‘명품 신상’이 아니라 (시즌6에서 빅이 마침내 캐리에게 말한)“오직 너 뿐이야(You are the one)”와 같은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아래 동영상 참고) 영화에서도 캐리를 행복으로 이끈 건 비비안웨스트우드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비이성적인' 사랑, 그리고 그의 진심. 그뿐이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참고: 동영상= 시즌6 마지막 에피소드... 캐리를 쫓아 무작정 파리로 온 빅이 "You are the one"이라고 말하는 장면...ㅠ.ㅠ "남들은 파리에 와서 사랑을 하는데 당신은 맞는군" 이런 농담도, "집(뉴욕)에 데려다 줘" 이런 대사도 좋다...>

 

#그 남자가 보는 드라마 “부르주아 뉴욕녀들 아냐?”

영화의 시작은 드라마의 끝이다. 영화판 ‘섹스 앤 더 시티’는 2004년 2월 막을 내린 마지막 시즌 이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빅과 재회한 캐리는 결혼을 꿈꾸고 미란다의 결혼 생활은 위기에 처한다.

사만다는 연하 남친을 따라 할리우드에 정착했고 샬롯은 임신에 성공했다. 조금씩 변한 주인공들의 상황과 달리 여성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패션과 스타일, 공감을 자아내는 솔직한 대사와 태도는 여전하다.

하지만 시트콤과 드라마가 연결되다 보니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치 마지막 시즌에서 하지 못한 에피소드 3개를 묶어놓은 느낌이다.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기보다 기존 시트콤 열혈 팬들만을 생각한 것 같다. 90여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다 챙겨보지 못한 사람들은 극장판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도 소외된다.

아무리 영화의 기획의도가 그렇다 해도 영화만의 색다른 매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올드미스다이어리’ 극장판은 드라마를 영화라는 틀에 맞게 각색해 TV판과는 다른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줬다. 영화판 ‘섹스 앤 더 시티’는 드라마가 이룩한 성취에 기댈 뿐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소극적이다.

원작이 그렇듯 영화도 철저히 여성을 공략했다. 뉴욕을 무대로 화려하고 당당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는 4명의 여주인공은 수많은 여성이 원하는 삶과 맞닿아 있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마이클 패트릭 킹은 남성임에도 여성 심리와 판타지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래서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주 관객이 연인층이었다면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 관객층의 절대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개봉 당시 이 영화 예매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관객의 80% 이상이 여자들끼리 관람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의 이야기에 과연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암 투병할 때 곁에 있어줬던 연인에게 “당신을 사랑하지만 나를 더 사랑한다”며 떠나는 사만다의 선택을 말이다.

최소한 돈 걱정 없는 ‘부르주아’ 뉴욕녀들, 우리로 치면 강남 사는 골드미스쯤 되는 여성들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도 문제다. 사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여성은 돈이 없어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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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6/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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