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밀양’ 이후 1년 만에 ‘멋진 하루’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이젠 그의 이름 앞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더 부담이 크고 더 크다고 말한다. 칸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첫 작품이자, 결혼 후 첫 작품을 들고 나온 배우 전도연을 만났다.

- ‘밀양’ 이후 첫 작품이다.
“작품을 끝내면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엔 더 떨리고 무섭다. 전도연이란 배우가 실제보다 과대포장됐고 기대치가 높아져 걱정이다. ‘밀양’ 이후 너무 힘들었다. 쉽게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게 ‘멋진 하루’였지만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소한 일상을 표현한다고 해서 편한 게 아니더라.”
- ‘칸의 여왕’이 된 뒤 달라진 점이 있나?
“그냥 수식어만 달라졌다.(웃음) 가장 무서운 건 ‘밀양’과 칸을 전도연의 정점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여배우는 남자 배우보다 선택의 폭이 작고 그래서 답답하다. 칸에서 이창동 감독님과 송강호는 꽤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데 아무도 나를 모르더라. 10년간 나름대로 꽉 찬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속상했다. TV에서만 보던 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을 보면서 자존심도 상하고 자극이 됐다. 아직 난 할 일이 많다.”
- 칸 이후 시나리오 선택에 변화가 생겼나?
“오히려 시나리오 편수는 줄었다. 요즘 영화 제작 환경이 어려워져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여배우들도 그런 것 같다. 해외쪽에서도 많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대부분 예술 영화들이었다. 또 캐릭터보다는 상황 위주로 흘러가는 영화들이었다. 예전엔 배우가 감정만 잘 전달하면 됐지 대사는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대사가 중요하다. 또 그렇기 때문에 언어가 중요하다. 해외 진출하면 내 대사를 더빙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한 역을 다른 이가 더빙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꼭 해외 진출이 아니더라도 외국인과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 영어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갔다오면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자극받지만 며칠 반짝하고 만다.(웃음)”

“희수는 일이나 사랑에 있어서 계획된 삶을 살고자 하는 여자다. 아마도 병운이 그런 계획에 부적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헤어지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자 원망할 대상을 찾고, 그게 병운인 거다. 희수는 병운을 원망하듯 찾아가지만 사실은 미안한 마음을 역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희수는 병운으로 인해 자기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대외적으로 전도연은 애교 많도 사랑스러운 이미지이지만, 실제의 나는 희수처럼 까칠하고 자존심이 센 면도 있다. 희수와 비슷해서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 속에서 희수가 병운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데 관객들에게 짜증나는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이다. 사실 희수는 그런 애가 아닌데….”
- 영화 본 뒤 느낌은?
“영화를 보니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희수가 병운에게 동화되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기 전에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는데 영화가 그 걱정을 뒤엎었다.”
- 하정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정말 유연한 배우다. 송강호가 야수 또는 맹수같다면, 하정우는 용왕의 간을 빼먹을 수 있는 토끼같은 느낌이다. 무방비로 있다가 중요한 걸 나도 모르게 뺏겨버리는 느낌이다.”
- 연기 톤 조절은 어떻게 했나?
“톤 조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도 고집이 있는 것 같다. 감독한테 맡긴다고 생각하는데 감독이 내 연기를 터치하면 청개구리처럼 ‘왜요? 왜 그렇게 해요?’하고 내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다. ‘스캔들’의 숙부인 역을 맡았을 때 이재용 감독님에겐 불만이 많았다. 이재용 감독님은 정해진 틀이 있는데 나는 감독이 정해주는 걸 잘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반면 ‘밀양’을 할 때는 캐릭터 자체도 힘들었지만 이창동 감독님 방식도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면 감독님은 ‘나도 몰라’라며 나를 더 궁지로 몰아넣었다. 너무 얄밉기도 했다. 감독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감독도 모르는 사람이구나,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되는거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독님을 이해하게 됐다.”

“쭉 살펴보니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애들’이더라.(웃음) ‘접속’은 첫 데뷔작이라, ‘해피 엔드’는 내게 배우라는 걸 인지해 준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밀양’은 칸으로 인해 내가 깨트릴 무언가를 준 작품이다.”
- 임신 5개월, 곧 엄마가 된다.
“내년 1월 출산 예정이다. 입덧은 안 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래도 임산부 특권인데 아쉽다.(웃음) 아직은 엄마가 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날 보니 아닌 것 같다. 나도 애를 낳고 키우다 보면 점차 엄마 느낌이 나지 않을까?”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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