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소박한 미술관이다.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70년 된 작고 낡은 건물이 전부이지만 안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을 품고 있다. ‘훈민정음’, 신윤복의 ‘미인도’와 ‘혜원풍속도’, 청자운학상감문배병, 김득신의 ‘파적도’ 등 유명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또 상설전이 없어 일년에 봄, 가을(5월, 10월) 단 두번만 전시를 여는 만나기 힘든 미술관이기도 하다. 올 가을에도 간송미술관은 12일부터 26일까지 딱 보름간 작품을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이 올 가을 여는 전시는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전’이다. 보화각은 간송미술관의 옛 이름으로,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1938년에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이다. 사비를 털어 우리 문화재를 수집한 그는 이 미술관에 ‘조선의 보배를 모은 집’이라는 ‘보화각’ 현판을 내걸었다. 이후 간송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1971년 가을부터 매년 봄가을 소장품 중심의 기획전을 열고 있다. 올해 전시에는 조선의 서화 100여점이 공개됐다.
조선 초·중기의 유자미(?~1462), 이경윤(1545~1611) 등을 거쳐 진경산수화의 겸재 정선(1676~1759),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가 관심을 끄는 것은 혜원 신윤복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인도’뿐만 아니라 국보 135호인 ‘혜원전신첩’에 실린 ‘주유청강(舟遊淸江)’ ‘월하정인(月下情人)’ ‘야금모행(夜禁冒行)’ ‘단오풍정(端午風情)’ ‘계변가화(溪邊佳話)’ 등이 한꺼번에 외출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를 끌면서 신윤복의 그림을 실제로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비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전시를 천천히 음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작품 하나를 겨우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섬세하고 색이 고운 신윤복의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작품을 직접 마주하면 줄을 서서 기다린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진다.
개관 첫날인 12일엔 2만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뤄 미술관 밖 언덕길까지 줄을 서야 했다. 평일엔 이보다 덜하지만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미술관 측은 2주동안 20만명이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통해 낙후된 관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간송미술관이 좀더 넓은 공간으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생 때 이어 두번째 방문한 간송미술관은 작품은 만족스러우나 관람 환경은 여전히 매우 불만족스런 수준이었다. 건물이나 기간을 변경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작품을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벽걸이 형태로 배열했으면 한다. 그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지만, 좀 멀리서라도 어쨌든 볼 수는 있다. 간송미술관의 유명 작품들은 대부분 전시관 안에 누워(?) 있어서 그 앞을 지나가야 볼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비좁은 미술관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단오풍정
주유청강
월하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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