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풍'이 드디어 이번 주말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영화사 측의 야심처럼 국내 최고 흥행 기록을 깰 수 있을까? 기자시사회에서 곽경택 감독은 "흥행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1. 숫자는 압도적- 최대제작비와 최다스크린
'태풍'의 제작비는 순제작비만 150억에 달한다. 역대 한국영화 중 최대 규모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만 40억 정도.
여기에 스크린도 역대 최다인 520개를 확보했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도 그 어느때보다 이 영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아무 계획 없이 극장에 간다면, '태풍'을 보게 될 확률이 가장 놓다.
2. 남북, 분단 이라는 흥행 코드
역대 한국영화 흥행 톱6 에 남북이나 분단 소재 영화가 네 개나 들어가 있다.
1위 '태극기 휘날리며', 2위 '실미도', 3위 '친구', 4위 '웰컴투 동막골', 5위 '쉬리', 6위 'JSA-공동경비구역'이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만 빼면 모두 직간접적으로 북한이 연계돼 있다. (흠...곽 감독 역시 강제규나 강우석 감독처럼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로 영화사에 뭔가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영화를 보는 시선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태풍'은 이전의 남북 소재 영화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한 느낌마저 주었다.
같은 현대물로 남과 북의 액션을 다룬 '쉬리'가 그 중 제일 '태풍'과 닮았지만, 그래도 '쉬리'는 한국형 첫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 또 처음으로 거대 주류 영화에서 남북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액션과 멜로, 드라마 등 오락 영화로서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갈라진 형제를 통해 아주 생생하게 보여줬다. 'JSA'는 "북한 사람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자 동포이며 친구"라는 사실과 분단의 비극을 전해줬다. '웰컴투 동막골'은 이념과 전쟁을 넘어선 남북 병사들의 아름다운 합작의 동화를 선사했다. '실미도'는 안 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태풍'이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_-;;
3. 만화같은 설정과 캐릭터- 신파에 군대홍보영화?
'태풍'을 보다 보면, 가끔 깜짝 놀라는 대사나 상황이 벌어진다. 너무 진부하고 교과서적이라 간혹 당황스러웠다.
일단, 두 인물. 북한 출신의 분노를 간직한 터프한 해적 씬과 남한의 엘리트 해군 강세종. 한쪽은 분노로 똘똘 뭉쳐 해적 대장이 되었으며, 다른 한 쪽은 애국심, 정의, 용기, 체력, 지성까지 갖춘 완벽한 '바른생활맨'이다. 둘의 캐릭터가 어쩜 그리 평면적이고 전형적인지...
임무 완수 후 연금이나 진로 등도 다 필요 없다고, 오직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강세종, 또 후반부 "어머니, 조국을 위해 어쩌고~"하는 내레이션 등과 같은 강세종의 넘치는 애국심은 조금 거북스럽기도 했다. 물론, 군인들의 노고가 느껴져 가슴 찡하기도 했지만, 저런 맹목적인 애국심은 부담스러웠다.
또 하나 부담스러웠던 것. 씬의 누나(이미연)와 연관되는 신파. 총부림 속에서 작은 두 남매만 살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지만, 그리움의 대상으로서의 '누이'라는 설정과 이산가족 상봉의 스토리는 너무 진부했다.
그리고 마지막도 조금 어이없다. 그렇게 악에 뻗쳤으면서 왜 나쁜짓을 안 한거지? 평생 분노와 적대를 가진 사람의 선택으로서는 정말 비현실적이고 이해하기 힘들다. 또, 그 마지막 결투 때의 비장함과 많은 죽음은 뭐가 되는거지?
영화 카피는 '적도 친구도 될 수 없는 두 남자'라고 써놨지만, 두 사람의 교감같은 것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러티브와 드라마의 부족이다.
4. 장.동.건.
지금까지 별로 안 좋은 얘기를 써놓았지만, 돈 주고 보기에 아까운 영화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와 구성이 뛰어난 웰메이드 걸작 영화는 아니지만, 돈을 많이 들인 만큼 한국형 블록버스터로서 볼거리는 충분하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장동건이다. 그는 이제 한국 최고 배우로 올라섰다.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같은 이유로 "장동건 때문에 볼 거다"라는 여성이 꽤 많다. 한 여성 네티즌은 이 영화에 대해 "스토리 0원, 볼거리 1000원, 신파 -500원, 장동건의 포스 5500원"이라는 간결한 평을 내리기도 했다.
캐릭터 상의 이유로도 이 영화는 아무래도 이정재보다는 장동건에 더 눈이 가게 돼 있다. 냉철한 강세종보다는 눈을 번뜩이는 강렬한 씬의 포스가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동건뿐만 아니라 이정재의 지적인 엘리트 포스까지 합세해 여성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결국, 장동건과 이정재 두 주연배우(특히 장동건)의 스타성이 영화의 부족한 점을 얼마나 메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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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의 포스로 태풍이 기록갱신을 한다면 흥행 톱 6안에 장동건 출연작이 3작품이나 되는군요~~
2005/12/18 21:41그렇군요~ 지금도 톱6에 두 작품이나 있는 배우로도 유일하구요. 송강호는 '쉬리'에 나왔지만 조연 수준이니까 제외하구요.
2005/12/19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