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삼일절과 월드컵D-100

월드컵과 내셔널리즘을 이용한 KTF, SKT 이동통신사들의 최근 광고들이 불편하던터에, 어제 TV 편성표는 정말 너무한다 싶었다. 얼마전 본 영화 <굿나잇 앤 굿럭>의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우의 말처럼 TV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몽하고 영감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제 TV프로그램은 거의 하루종일, 9시 뉴스까지 월드컵에 열광하라고 국민들을 몰아세우는 듯했다. 어제 '삼일절'은 월드컵 당일도 아니고 '월드컵 D-100'에 완전히 밀려버렸다.

<다음은 문화연대 성명서>

텔레비전, 월드컵에 정말로 미쳤는가

월드컵은 축제다. 아니다. 월드컵은 축제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상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가와 민족의 위험한 이데올로기 경연장으로 퇴색할 여지도 있음을 역사는 분명히 증거 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은 이런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준 정확한 사례다. 우리는 길거리와 광장에서 자유로이 자기 욕망을 표현하고, 신체 접촉의 드문 체험을 하며, 공동체 발견 및 공유의 카니발적 시공간을 가졌다. 그 흥분과 설렘을 우리는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모두를 묶어내고자 했던 이데올로기의 작동을, ‘붉은 악마’로 모두를 호명코자 했던 자본의 전략도 마찬가지로 기억한다. 그래서 외면했던 미선과 효순의 비극을, 이 망각의 현장을 구조적으로 연출했던 방송과 신문의 실패를 우리는 결코 잊지 않고 있다.

다시 한국사회가 월드컵 축구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디어와 자본, 국가가 일반의 관심을 사회적 ‘광기’, 맹목적인 열정으로 제조해나가고 있다. ‘우리 한 번 미쳐보자!’는 대기업의 광고, 애국가를 부르는 인기 밴드를 중심으로 모두가 유니폼으로 모여드는 또 다른 재벌의 광고가 그 증거다. 축제는 확성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떠드는 선동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축제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욕망이 구성되고 표출됨으로 만들어지는 해방의 놀이다. 지금 대자본이 엄청난 돈을 들여 제작한 광고물들은, 나이트클럽 선전이 축제를 알리지 않듯이, 우리를 절대 맘대로 놀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의 절대적 이데올로기로, 이를 무기로 한 기업의 선전과 상품의 광고로 꽁꽁 묶어버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방송이 바로 이 전면적 월드컵 동원에 조직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기간방송이라고 자칭하는 KBS와 공영방송 MBC, 상업방송 SBS 사이에 전혀 구분이 없다. 마치 전쟁에라도 나서는 양 ‘D-Day’를 꼽더니, 마침내 3월 1일에는 방송사들이 월드컵 ‘올인’의 작태를 보이면서 ‘범국민 월드컵 분위기 서로 띄우기 대회’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몽땅 앙골라와의 시합을 중계 방송한 것은 관두고라도, 그에 앞서 거의 하루 종일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특집 편성은 저녁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SK가 후원하고 이 재벌이 광고로 내세운 윤도현 밴드가 공연하고, 이를 KBS가 중계한 것은 국가와 자본, 미디어가 담합한 월드컵 광기 제조 공작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월드컵에, 월드컵 응원에 반대하지 않는다. 월드컵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열정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한 카니발의 생산, 축제의 놀이를 적극 도모한다. 월드컵을 진정한 인․민의, 다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행복한 사건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월드컵 광기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데는 결단코 반대한다. 그것이 자본이든 국가이든 상관없다. 더욱이 이 과정에 방송이 시청률 경쟁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무책임하게 가담해 있는 것은 결코 허락할 수 없다. 방송이 해야 할 일은 자연스러운 열정과 자발적인 축제, 자율적인 응원의 표현이고 매개다. 지금과 같은 인위적 제조, 일방적 동원은 아니다. 방송은 오히려 월드컵에 의해 잊혀질 수 있는 사회적 현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방송은 월드컵에 기울인 관심과 애정만큼이나, 철도노조 등 노동자 파업 등 중대한 현안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라. ‘시민의 불편’, ‘검찰 검거’ 등 시민의 의식 수준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한참 낡은 틀로 일관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의 권리에 냉담하면서, 사회적 공황을 제조하면서,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월드컵을 띄우는 이 이상한 행태를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월드컵이 비정규직 문제, 계급 양극화 문제, 한미 FTA 등 올해 핵심이 될 결정적 사건들을 결코 덮을 수 없다. 만약에 방송이 이런 실재적 현실에 눈 감으면서, 그 현실 속 다중의 기대를 배신하면서, 국가와 자본과 결합해 ‘대한민국!’만 외치고 ‘붉은 악마’만 호출한다면, 우리는 이를 결코 방임하지 않을 것이다. 시청각 개방의 파고가 예상되는 시기에, 공영방송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만 보호받을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방송사들은 월드컵의 집단광기 제조 작업을 당장 때려치우라! 월드컵을 자유롭게 하라! 더불어 KBS는 월드컵 흥분 제조 1호기 역할을 당장 중지하라! 대신에 사회현실에 보다 충실한 진정한 공영방송의 제자리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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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6/03/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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