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창간 10년만에 2006년 봄 ‘완간호’를 펴내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프 완간호 편집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이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판사의 경영난으로 이프를 접을 수밖에 없지만 지난 10년의 세월을 정리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의미에서 ‘폐간’이나 ‘종간’이 아닌 ‘완간’이라고 고집했다”고 밝혔다.
‘웃자! 뒤집자! 놀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난 1997년 창간된 이프는 가부장제에 맞서고 여성의 욕망과 경험을 이야기하며 수많은 여성주의 이슈를 생산해냈다. 특히, 단일화된 미와 여성의 성상품화에 반대하며 지난 1998년 처음 개회한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대회는 공중파 TV에서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 방송을 사라지게 한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프는 문화비평적 성격 때문에 여성문제의 근본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지 않고 지적 유희에 함몰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텔리 여성들의 배부른 소리’라거나 ‘잘난 여자들의 자아도취’라는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페미니스트 저널로서 이프의 마감은 ‘안 팔린다’는 것이 직접적 이유이기는 하지만 그 사이 시대가 많이 변해 ‘이프가 할 만큼 했다’, ‘끝낼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내부에서도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10년 전과 지금은 많이 변했다”며 “아쉬움이 남지만 이젠 다음 단계로 갈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불과 10년 전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이나 ‘호주제 폐지’를 말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웠지만, 현재 페미니즘은 대중화되었으며 호주제 폐지도 현실이 됐다.
김신명숙은 “5년 전 과격하게 여겨졌던 주장이 요즘은 보통 여성들의 입에서도 일상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커진 만큼 다른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집인 김재희는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이프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변화하지 못하고 소통이 부족했다”며 이프의 한계를 지적했다.
완간호에는 초대 편집장인 박미라부터 황오금희, 권혁란, 정박미경 등 전 편집장들과 필진들이 고료 없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프와의 만남, 이프에 대한 애증 등을 솔직한 개인적 글쓰기를 통해 풀어냈다. 또 여성 군입대 논쟁과 영 페미니스트들과의 갈등 문제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프는 사단법인으로 재탄생해 안티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 행사와 여성주의 교육 등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엄을순 발행인은 “오는 6월에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안티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프, 그 도발의 역사
이프는 창간 초기부터 도발적인 슬로건으로 여성들에게는 통쾌함을, 우리 사회에는 신선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1997년 창간호는 ‘지식인 남성의 성희롱’을 주제로 가부장제의 수장이자 대표적 남성 지식인인 ‘선택’의 작가 이문열을 비판했다.
1998년 6호 ‘집 떠나는 여자들’에서는 가출 여성들을 이기적인 여성, 모성 없는 여성으로 문제시하던 시기에 가난과 폭력의 고통 때문에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문제를 재조명했다.
1998년 7호 ‘오르가즘을 찾아’는 여성도 성적 욕구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밝히며 여성의 성적 쾌락을 과감히 이야기했다.
1999년 10호에서 홍석천 등 여자같은 남자, 남자같은 여자,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우리사회의 주류 남성성과 여성성에서 벗어난 존재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2000년 13호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편에서 이프는 여성계에서는 처음으로 간통죄 폐지를 주장했다. 이때 다른 여성단체와의 연계를 시도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인정하나 공식적으로는 의사를 표명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프는 홀로 여성주의적 근거를 통해 간통죄 폐지를 주장했다.
2002년 22호 ‘여자도 더러워져야 한다’는 여성도 남성들처럼 인맥과 처세 등 정치적이어야 하고, 여성들끼리 연대해야 한다는 논쟁적 주장을 폈다.
2003년 24호 ‘여자, 군대를 말한다’는 여성 문제나 군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말 “여자도 군대 가라”라는 남자들의 말을 곱씹으며 여성과 군대라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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