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의 'If you can't be famous, be infamous'(유명해질 수 없다면 악명을 떨쳐라)도 인상적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의 팜므파탈로의 파격 변신도 대단했지만, 주인공 르네 젤위거는 당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후 금세 날씬해진 몸매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재즈, 쇼, 호들갑스런 매스컴, 살인, 불륜, 배신 등의 이야기를 녹아냈다. 전체적 분위기는 당시 시카고의 뒷골목처럼 어둡지만 약간의 코믹함과 발랄함, 냉소가 잘 배합돼 있다.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없는 두 여자,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와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살인을 뉘우치기는커녕 자신의 꿈, 명예를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된 행동이라도 한다.
여기에 한심하고 선정적인 언론과 이런 언론을 잘 이용해먹을 줄 아는 사기꾼같은 변호사(즉, 실력이 무지 뛰어나다)가 이들의 해방을 돕는다. 그리하여 어쨌든 이 악녀들은 벌을 받거나 파멸 또는 타락하기는커녕 결국엔 멋지게 꿈을 이룬다.
영화에서 음악적으로나 쇼적인 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여섯명의 여죄수가 자신의 살인 동기를 밝히는 'Cell Block Tango'(보기 클릭)다.

똑똑 떨어지는 수돗물과 발자국 소리의 리듬감은 곧 여성들의 파워풀한 독백으로 바뀐다. (빨간색 배경에 검은 그림자의 독방 감옥과 여자 실루엣은 무척 섹시하다.)
Pop. Six. Squish. Uh-Uh. Cicero. Lipschitz! (팝, 식스, 스퀴쉬, 아아, 시스로, 립시츠 : 6명 여인네의 살인의 키워드다.)가 후렴구처럼 반복되고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남편 또는 애인을 죽이게 된 사연을 밝힌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왔는데 '팝'하며 신경 거슬리게 껌을 씹는다는 이유로, 숨겨둔 여섯명의 아내가 있다는 이유로, 여동생과 성관계를 했다는 등등의 이유로 이들은 남자를 죽인다.
He had it coming 그가 자초했어
If you'd have been there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If you'd have seen it 당신이 봤다면
you would have done the same 당신도 똑같이 했을거야
사람을 죽여놓고 "그는 죽어도 싸" "그건 살인이지만 범죄는 아니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여성들. 남자들이 본다면 이 여자들을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들은 악랄하고 독한 '악녀'지만 이 장면은 황홀할 정도로 멋있다.

또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변호사 빌리(리처드 기어)의 탁월한 사기 능력이 돋보이는 록시 하트의 기자회견 'They both reached for the gun'이다.
사실은 록시 하트가 자신을 죽인 남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총을 쏴 죽였지만, 변호사 빌리는 록시 하트를 순진한 여성으로 둔갑시키는 동시에 싸움 끝에 두 사람이 동시에 총을 잡으려 했다는 시나리오를 만든다. 즉, 록시 하트의 살인은 정당방위였다는...
여기서 그는 록시 하트를 인형처럼 복화술하듯 조종할 뿐 아니라, 언론까지 꼭두각시처럼 조종한다. 영화에서 가장 코믹하고 인상적인 장면이자 언론을 맘껏 조롱하는 부분이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주인공들, 선정적이고 천박한 언론, 뜨거웠다 금방 식어버리는 스타 시스템과 냉혹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
영화는 기자회견, 신성한(?) 재판장, 나아가 인생 자체도 하나의 쇼일뿐이라는 것을 그 자체의 멋진 쇼로 보여준다.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에서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우는 것은 바보들이 득실대는 '무대'에 서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듯, 인생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쇼다. 이런 무대에서 진실되게 살기는 참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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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는 저도 최고로 꼽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2006/10/09 05:13첨 봤을때 너무나 빠져버려서 수십번은 특정 장면들을 되돌려보게 만들더군요~
특히나 주옥같은 OST들은 귓가에 생생합니다.
DVD를 꺼내봐야겠습니다.
저랑 영화취향 비슷하신거 같아용. 저도 이거 보구서 바로 cd산다음 며칠간 수없이 들었었죠~
2006/10/09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