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세계일보 2004.10.04]


1971년 미국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혁명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미술사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반 고흐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는 왜 모두 남성일까. 남성이 여성보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서일까.

린다 노클린은 예술이란 오로지 천재적 재능을 지닌 한 개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 천재 미술가가 탄생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환경과 교육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린다 노클린의 이러한 주장은 오직 서양 미술사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제2회 대한민국 여성축제’는 ‘하늘, 땅, 나에게 재례 드리기’라는 공연을 통해 6명의 여성 인물을 재해석하고 발굴했다. 주최 측은 앞으로 이러한 작업의 참여 지역을 확장해 전국화할 계획이란다.

또 ‘이씨 집안 남자들 독무대에 여성도 끼자’며 ‘여성 인물을 화폐에!’를 주장하는 시민연대도 새 지폐에 들어갈 여성 인물로 유관순, 신사임당 외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업가 김만덕이다. 역사 속 여성 인물, 어떻게 재해석될까.

▲신사임당=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지닌 주체적 여성이었음에도 조선 후기 유교적 가부장제도로 인해 현모의 상징으로만 인식돼왔다. 1960년대에는 양처의 기호까지 덧붙여져 슈퍼우먼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그는 모계의 전통을 존중하며 강한 자아를 가진 여성이었다.

▲허황옥=허황후라고도 한다. 가야국 김수로왕의 비이며 가야 제국의 공동 시조로 왕과 동등한 권한을 가졌던 그는 평등 부부의 이상적 모델상을 제시한다. 아들 10명을 낳았는데 2명에게 자신의 성인 ‘허’를 물려주었다.

▲빙허각 이씨=한국 역사상 여성의 지위가 가장 낮았던 18세기 후반 여성의 입장에서 의식주에 관한 지식을 담은 생활경제서인 ‘규합총서’를 썼다. 이 책은 경세치용의 학문을 추구했던 실학저서임에도 그의 사상은 실학사상의 맥락에서 평가받지 못했다.

▲김만덕=18세기 조선시대 양인 출신으로 부모를 잃고 기녀로 전락했던 그는 제주도에서 기녀 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객주집을 차렸다. 이를 통해 큰돈을 벌었지만 검소하게 생활했으며, 흉년 때는 굶주리는 백성을 위해 사재를 털어 많은 곡식을 기부했다. 당시 왕이었던 정조는 김만덕에게 선혜청의 의녀반수란 벼슬과 상을 내렸다. 그는 이후에도 계속 자선활동을 하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김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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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여자로 살기 l 2005/10/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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