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과 상실감 안고 사는 두 남녀 자아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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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환한 세상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때.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낮도 밤도 아닌 시간. 저 멀리 있는 게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해질 무렵의 시간을 프랑스 사람들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불렀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이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꽤나 낭만적인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낯설고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는 때다.
‘내 안에 부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전수일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은 두려움과 상실감을 안고 사는 두 주인공의 자아 찾기를 다루고 있다. 햇볕 대신 그늘이 지배하는 한겨울 강원도의 설경은 그 자체만으로 낮도 밤도 아닌 시공간을 만들어낸다. 화면을 가득 메운 흰 눈밭은 극도로 춥고 권태로우며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가난한 예술가, 영화감독 김(안길강)은 일상에서 도망치듯 고향 속초로 내려간다. 25년 만에 마주한 고향은 그에게 낯선 공간일 뿐이다. 고향이라지만 그 자신의 집도 없고 찾아가 편히 머물 공간도 없다. 그는 민박집에서 우연히 알게 된 ‘영화’(김선재)라는 이름의 여자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어릴 때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아 헤매는 영화를 따라 그도 강원도 산간 마을을 탐험하는 짧은 여정을 시작한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동생을 간절히 찾고자 하는 영화를 보면서, 또 사라져 가는 강원도의 옛 마을을 지나면서, 이북을 그리워하다 점차 사라져 가는 실향민들을 마주하면서 그도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속초의 작은 동네를 탐색하고 다닌다. “제가 어디에 살았는지 아세요?”, “집 좀 찾아주세요”라며 마을 주민과 경찰에게 묻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답을 알려주지 못한다. 자신의 과거, 곧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이들의 시도는 불가능해 보이고 실패로 끝난 듯 보인다. 하지만 어슴푸레한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처럼 불안함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이들의 길 위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불안함을 잊기 위해 달린다는 ‘영화’가 흰 눈밭 위에 원을 그리며 달리는 장면과 이를 바라보는 영화감독 김의 시선은 이들의 자아 찾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21일 개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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