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평범한 사람의 얼굴 뒤에 숨은 잔혹함


어릴 땐 귀신이 제일 무서운 줄 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사람만큼 무서운 존재도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거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의 존엄성과 생명 따위는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검은 집’은 초자연적 존재나 가공할 힘을 지닌 괴물 대신 평범한 사람의 얼굴 뒤로 잔혹한 심성을 숨기고 사는 ‘사이코패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삼는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전두엽 이상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이 없는 인간을 일컫는 말. 이들은 남을 해치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 극중 사이코패스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이고 이를 자살로 위장할 만큼 잔인하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보험사 직원 전준오(황정민)는 숨진 아이의 죽음을 밝혀내려다 그 자신도 사이코패스의 먹잇감이 된다.

극 후반부에 강력한 반전을 매설해 놓아 충격을 안기는 요즘 공포물과는 달리 ‘검은 집’은 전통적 방식으로 공포감을 자아낸다. 아무 이유 없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단순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벌어지는 사건 그 자체를 통해 무서움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인간답지 못한 인간’ 그 자체를 공포의 근원으로 삼는다. 그러면서도 사이코패스와 전준오의 대결을 통해 가장 사악한 마음을 가진 것이 인간이지만 가장 따뜻한 마음을 지닌 존재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꼭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식은 죽 먹기로 살인을 즐기는 캐릭터는 이미 기존 공포물에서 많이 보아온 터다. 또 몸 일부가 잘려나가는 등 끔찍한 장면을 통해 극의 많은 부분을 물리적 공포에 기댄 감도 적지 않다. 다소 아쉬운 점이다.

‘검은 집’은 1997년 일본 공포소설대상을 받은 기시 유스케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원작의 명성에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의 첫 스릴러 도전작이라는 점이 더해져 역대 공포영화 사상 최다 스크린(353개)으로 2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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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06/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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