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연인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강제로 지울 수 있다면?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할리우드의 톱스타인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두 사람의 로맨틱 영화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끌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기계로 과거 기억을 삭제한다는 독창적인 소재에서 비롯된다.
지난 7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작품으로, 감독 미셸 공드리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만은 영화 ‘존 말코비치’의 각본을 썼다. 사무실의 한 통로를 통해 존 말코비치의 뇌 속으로 들어간다는 ‘존 말코비치 되기’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 영화에도 이어진다.

조엘과 만난 지 2년째가 된 클레멘타인은 심한 말다툼 뒤 충동적으로 조엘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이를 알게 된 조엘 역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가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삭제하기로 한다.
기억은 가장 최근의 것부터 사라지고, 조엘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머릿속을 여행한다. 최근의 나쁜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는 행복한 과거가 밀려온다. 조엘은 기억이 지워질수록 사랑스러운 클레멘타인을,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붙잡으려 한다.
사람의 기억을 기계와 컴퓨터로 지운다고 하지만, 컴퓨터 파일처럼 쓱싹 지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조엘과 과거 기억 속의 조엘이 뇌 속에서 얽히고 충돌한다. 조엘의 머리 속은 실재와 상상,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 얽힌 독특한 세계가 된다.
영화는 여느 로맨틱 영화처럼 두 남녀가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이들의 연애에 대해 구체적인 스토리를 얻는 대신 단편적인 추억, 스틸컷같은 추억을 통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추억을 본다. 그리고 기억의 창고 어딘가에 묻혀 있는 사랑의 추억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김지희 기자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