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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눈물 쏙 빼거나 가슴 시린 사랑 영화를 봐야만 할 것 같은 계절이다. 가을을 맞아 오랜만에 한국 멜로영화 두 편이 찾아왔다. 곽경택 감독의 ‘사랑’과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 그것.
두 작품 모두 단순하면서 직설적인 두 글자 제목을 달았다. 한국영화에서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중견 감독들의 작품이란 점 외에 이 두 작품은 감독이 스케일에 신경 쓴 바로 전작(각각 ‘태풍’과 ‘외출’)에 비해 다시 감독 원래의 색깔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경택 감독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택했지만, 과거 영화에서 보여준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했다. 영화 ‘친구’의 멜로 버전쯤으로 보인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로 한국 멜로영화의 새 지평을 연 허진호 감독의 ‘행복’은 전작들처럼 두 남녀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랑의 섬세한 이면을 포착해냈다. ‘사랑’과 ‘행복’은 또 사랑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두 영화는 각각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순수한 믿음과 ‘사랑은 변한다’라는 아픈 진실을 담고 있다. ◆사랑은 영원하다- ‘사랑’ 영화 ‘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첫 눈에 반한 여자를 평생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인호(주진모)는 고등학생이 돼 첫사랑 미주(박시연)를 다시 만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폭력배들과 싸우고 교도소에까지 간다. 그리고 7년이 지나 두 사람은 가혹한 운명으로 재회한다. ‘보스의 여자를 사랑했네’같은 진부한 설정,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의 순애보 등은 이 영화를 통속적 신파로 만들었다. 사랑을 주제로 했지만, 두 남녀간의 정서적 교감이나 사랑의 발전 과정은 전혀 없다. 주인공 인호의 미주를 향한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랑은 그가 미주에게 빠진 게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그렇지만, 여주인공의 캐릭터 역시 시대착오적이다. 박시연이 연기하는 미주는 청순가련한 여자로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판타지 속 여성이다. 그녀는 뚜렷한 성격도 실체도 없이 무기력하게 수동적으로 사랑을 받기만 한다. 게다가 재산도 가족도 잃은 미주는 강간과 폭력을 당하더니 결국엔 직업 여성이 된다. 여성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사랑에 ‘의리’를 지키는 남자의 뜨거운 삶이 남성들의 로망을 충족시킬지는 모르지만, 대의명분만 있고 감정적 상호 흐름이 없는 사랑 이야기는 멜로의 주소비층인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과연 이같은 통속적 사랑이 쿨한 사랑에 익숙한 현대 관객들에게 진부하게 생각될지, 또는 2년 전 ‘너는 내 운명’과 같이 진정한 신파에 목마른 관객의 가슴을 울릴지 주목된다. ◆사랑은 변한다- ‘행복’ 허진호 감독은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은 변한다고 했다. 허진호 감독은 네 번째 영화 ‘행복’에서 또다시 사랑의 설레임과 함께 매몰차게 변해버리는 사랑의 잔인한 속성을 그렸다. 날라리 도시 남자가 순수한 시골 여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산다. 보통의 멜로 영화에서 보게 되는 줄거리가 이런 것이라면, ‘행복’은 그 이후까지 나아간다. 행복은 잠시다. 곧 남자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다.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아”라는 달콤한 속삭임은 “너 때문에 못 살겠어. 제발 나랑 헤어져줘”라는 잔인한 말로 변한다. 영화 ‘행복’은 평생 가는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 하지도 않고, 또 쉽게 변하는 현대 도시 속 인스턴트 쿨한 사랑을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느덧 이유 없이 식어버리는 사랑 이야기이다. 그래서 무척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신파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사랑, 병, 죽음, 눈물, 모성 등이 그런 요소다. 병든 두 남녀, 영수(황정민)와 은희(임수정)가 사랑에 빠지고, 은희는 사랑하는 영수를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그녀는 남자에게 모든 걸 바치는 과거 신파 영화 속 모성적 사랑을 보여주지만,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현대적이기다. 은희는 영수에게 “우리 같이 살래요?”라고 대담하게 먼저 프로포즈하는 여자다. 영화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아픈 사랑의 이면을 보여준다. 미안한 마음으로 상대를 찼거나, 일방적으로 차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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