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쿨핫



 ◇브레이브 원
남성의 폭력에 맞서 화끈한 펀치를 날리는 여성들이 스크린을 달구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기존 ‘강한 여성’이 그 힘과 정당성의 근원을 모성으로부터 끌어왔던 것에 비해 모성을 탈피한 캐릭터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툼레이더’ 같은 일부 여전사 액션영화를 제외하면 그동안 영화 속 ‘강한 여성’ 캐릭터는 ‘어머니는 강하다’는 믿음을 밑바탕에 둔 모성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왔다. 아이를 잃은 엄마나 아이를 지켜야 하는 엄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해졌다. 한국 영화사에서 독특한 여성 킬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친절한 금자씨’나 엄정화가 연쇄살인마로 분했던 영화 ‘오로라 공주’에서도 아이를 잃은 엄마의 원한이 강한 여주인공을 탄생시켰다.

이 같은 모성 신화는 할리우드 영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작년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플라이트플랜’이나 최근 니콜 키드먼 주연의 ‘인베이전’ 역시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이 평범한 여주인공을 강한 여성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심지어 최고의 액션 여전사로 기억되는 ‘킬빌’의 우마 서먼에게도 모성은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개봉 중인 영화 속 강한 여주인공은 이 같은 모성성을 극복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막강한 힘을 지닌 남성화된 여전사도 아니고, 성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정복하는 팜므 파탈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여성으로서 폭력적인 남성세계에 반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개봉한 조디 포스터 주연의 ‘브레이브 원’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총을 꺼내든 여성의 이야기다. 약혼자와 행복한 날들을 보내던 에리카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마주친 갱들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다. 약혼자를 잃고 홀로 남은 에리카는 이후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고, 나아가 법으로 죄를 물을 수 없는 악당까지도 직접 처치한다. 조디 포스터는 전작 ‘플라이트플랜’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아나서는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브레이브 원’에서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 복수, 그리고 정의를 위해 밖으로 나선다.

25일 개봉 예정인 도지원 주연의 한국영화 ‘펀치 레이디’는 13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가정주부의 이야기를 다뤘다. 남편 앞에서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폭력을 참고 살아온 주부가 남편과 링 위에서 한판 붙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하은에게는 딸이 있기는 하지만 하은의 남편에 대한 도전은 딸을 지켜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지난 9월 초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는 마초 남성을 응징하는 젊은 여성들의 힘을 보여줘 여성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현실에서도 영화 속에서도 여성들은 여성들만 노리는 범죄자에게 무기력하게 당해왔다. 하지만 ‘데쓰 프루프’에서 여주인공들은 그저 당하고 있지 않는다. 이들은 화끈한 카체이싱으로 범인을 쫓고 붙잡은 뒤 통쾌한 펀치를 날린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어머니 또는 섹시한 젊은 여성 등으로 아직까지 다양하지 않다”며 “폭력을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영화에서 여성이 모성애를 빙자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신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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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0/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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