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정말 친절했다. 말도 조리있게 잘 하고, 건성 건성 대충 대답하는 법도 없고, 질문 하나를 하면 정말 풍부하고 성실한 대답을 했다.
리안 감독은 동그란 얼굴의 귀여운(죄송!) 인상이지만, 거장다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특히, 신인인 탕웨이는 전혀 신인답지 않은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으로 더욱 호감이 갔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어도 계속 부연설명을 하려는 통에, 사회자가 "보통땐 기자들한테 더 질문 없느냐고 묻는데, 오늘은 감독과 배우에게 더 하실 말씀 없느냐 물어봐야할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영화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색,계’ 등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리안 감독은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7년 전 ‘와호장룡’으로 한국에 왔는데 다시 오게 돼 기쁘다. ‘색, 계’처럼 한국도 일제 시대를 겪은 역사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큰 수확을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리안 감독은 화제를 모은 영화 속 파격적인 정사신에 대해서 “아마도 내가 중년의 위기라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자들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어 “과거에는 사랑에 대해 보수적이고 평범한 관점을 지녀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젊었을 때 표현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그린 ‘브로크백 마운틴’의 정사신이 그 괴로운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면, 이번 영화는 ‘색’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리안 감독은 “‘색, 계’의 노골적인 정사신은 주인공들의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했다”며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 자매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아래 동영상 참조)
또 장 아이링의 단편 소설 ‘색, 계’를 차기작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소설이 너무 훌륭한 작품이라 처음에는 감히 영화로 만드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쟁 시기 여성의 강인한 사랑을 보며 큰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이 연기와 가장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진진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만큼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주인공 탕웨이의 연기에 대해 “여배우가 영화를 지고 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1만명이 모인 오디션에서 탕웨이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그 여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안 감독은 지난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브로크백 마운틴’의 후속작인 ‘색, 계’로 올해 또다시 베니스에서 같은 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리안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수상은 너무 기뻤다. 특히 수상 직전 미국에서 영화가 ‘NC-17’ 등급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베니스 수상으로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심사위원 7명이 모두 감독이어서 감독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기뻤다”고 말했다. 또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미 아카데미) 감독상이 아닌 작품상을 받은 터라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안 감독과 탕웨이는 기자들의 질문에 충분하고 충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시간을 넘긴 뒤에도 부연 설명을 하는 등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 ‘색, 계’는 1930~194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를 죽이기 위해 스파이가 된 여성의 슬픈 사랑을 그린 에로틱 스릴러물이다. 국내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11월 8일 무삭제 개봉한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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