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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감독의 새 영화 ‘색, 계’를 미국인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2년 전 미국 카우보이들의 동성애를 그린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모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색, 계’는 서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시기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 남자와 그를 죽이려는 여성 스파이의 위험한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롤링스톤’은 “관능과 긴장이 공존하는 ‘색, 계’의 유혹은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했으며, ‘토론토 스타’는 “서로의 영혼을 갈망하는 육체적 교감이 빚어낸 걸작”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다수 나왔다. ‘보스톤 글로브’는 “리안 감독의 영화로서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라고 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졸립고 무기력한 영화”라며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은근히 표현됐던 두 인물간의 사랑이 ‘색, 계’에서는 그 정반대로 상상의 여지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됐다”고 혹평했다.

‘색, 계’는 또 대만이 출품한 2008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서 최종 탈락해 일부에서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측은 이에 대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대만인 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부적격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가 되려면 영화를 만드는 데 창의적인 역할을 한 감독, 촬영, 편집, 작곡 등의 주요 부분이 해당국 출신이어야 된다는 것. ‘색, 계’의 경우 리안 감독과 각본을 쓴 왕휘링이 대만 출신이기는 하지만 촬영감독인 로드리고 푸리에토가 멕시코 출신, 음악을 담당한 알렉산드르 데스플라가 프랑스 출신, 편집의 톰 스콰이러스와 공동 각본가인 제임스 샤무스가 미국 출신으로 국적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2001년 ‘와호장룡’에 이어 다시 한번 아카데미 수상을 노리던 대만인들은 크게 실망한 눈치다. 하지만 ‘색, 계’는 최근 발표된 대만의 아카데미인 금마장영화제에서는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12개 부분 후보에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또 ‘색, 계’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예술영화 대접을 받았지만,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는 박스오피스를 휩쓸며 상업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리안 감독은 미국에서의 상대적 부진에 대해 “미국 관객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형식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지루해 한다. ‘색, 계’는 할리우드에서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장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항일 운동과 여성의 성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안 감독은 또 “비슷한 역사를 가진 한국 관객이 더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국내에서의 평가도 대부분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목 그대로 ‘욕망’과 ‘신중’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두 남녀의 치명적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색, 계’는 오는 11월 8일 국내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김지희 기자 www.kimji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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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0/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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