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는 어느 서자의 재미있는 독백이 나온다. “내가 정실의 자식보다 뭐가 모자란가? 첩의 자식이라고? 자연의 본능이 남의 눈을 피해서 만든 인간이다. 월등한 게 당연하다. 재미없고 김빠진 싫증난 잠자리에서 만들어진 바보의 무리와는 다르다.”

이 논리를 적용해 본다면, 금발의 아름다운 두 남녀 음악인이 첫눈에 사랑을 나눠 태어난 아이는 어떨까? 29일 개봉한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로맨틱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어느 음악 천재 소년이 펼치는 신비로운 이야기다.

유망한 첼리스트 여자와 밴드 보컬인 남자가 어느 아름다운 밤 우연히 만난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이들은 감미로운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여자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하루 만에 헤어지고, 여자는 아이를 낳지만 죽은 줄로 안다. 아름다운 달밤의 기운과, 아빠와 엄마의 달콤한 사랑과, 무엇보다 부모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아이 어거스트 러쉬(프레디 하이모어)는 신비롭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바람소리부터 길거리의 소음까지 세상 모든 것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연주한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느낀다. 부모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님을, 또 부모를 찾기 위해서는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11세가 된 어거스트 러쉬는 부모를 직접 찾기 위해 홀로 뉴욕으로 떠난다. 그에겐 대도시의 소음마저 현란한 오케스트라가 된다. 사람들 발걸음 소리, 쓰레기 굴러가는 소리, 공사장의 소음 등은 각각의 음정과 박자를 만들어낸다. 한편, 뒤늦게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 엄마 라일라(케리 러셀)는 아이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온다. 밴드 보컬로서의 삶을 버렸던 아빠 루이스(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도 이루지 못했던 사랑의 기억과 음악의 열정을 좇아 뉴욕으로 향한다.

곡을 연주해 부모를 찾겠다는 어거스트의 순수한 바람은 어느 날 마법처럼 이뤄진다. 음악과 사랑으로 충만했던 하룻밤 로맨스의 기운을 받은 이 축복받은 유전자는 헤어져 있던 아빠, 엄마를 뉴욕으로 불러들이고, 그들이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도 되찾게 한다. 대규모 청중 앞에서 멋진 음악으로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할리우드 감동 영화 공식을 답습하지만 다행히 진부하진 않다.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인간 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는 두 남녀와 그들의 아이가 만나는 마법 같은 동화이기 때문이다. 현대 대도시 속에서 우연과 운명에 의해 극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음악을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다채로운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한다. 록발라드부터 클래식, 재즈,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펼쳐진다. 드라마 ‘튜더스’에서 섹시한 헨리 8세 역을 맡아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가 루이스 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천재음악 소년 어거스트 러쉬 역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레디 하이모어가 연기했다. 이 밖에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 테런스 하워드 등이 안정적으로 극을 뒷받침해준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1/29 23:39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83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 193 194 195 196 197 198 199 200 201  ... 823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23)
세상 속으로 (131)
영화 & TV (568)
여자로 살기 (20)
멋쟁이 그녀 (39)
책은 나의힘 (15)
예술의 발견 (21)
외출의 유혹 (29)

달력

«   2008/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