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지난해 7월 영화 ‘트랜스포머’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제목도 없이 공개된 한 편의 예고편이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유튜브 동영상처럼 보이는 캠코더 화면은 파괴되는 뉴욕과 공포에 떠는 사람들을 보여줬다. 즉각 네티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 영화는 미국 인기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를 연출한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을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사전 정보도 없이 ‘J J 에이브럼스의 극비프로젝트’로 불리며 베일에 가려졌던 영화 ‘클로버필드’가 24일 국내 개봉한다. ‘클로버필드’는 정체 모를 괴물이 뉴욕을 덮친다는 점에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닮았고, 또 등장인물이 캠코더 카메라로 실제 사건을 찍는다는 페이크다큐멘터리의 형식은 ‘블레어윗치’를 닮았다.

일본으로 떠날 예정인 롭(마이클 스탈 데이비드)을 위한 송별파티가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떠들썩하게 열린다. 그때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괴성이 들려오면서 지진이 발생한 듯 도시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린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도시가 끔찍하게 파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심지어 멀리서 떨어진 자유의 여신상의 육중한 머리가 길바닥에 나뒹굴기까지 한다. 급히 맨해튼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롭은 아파트에 갇혀 있는 여자친구 베스(오데트 유스트먼)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시내 중심으로 향한다.

영화는 85분의 러닝타임 전체가 캠코더 카메라로 남긴 사건의 기록 형식이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허드(T J 밀러)는 평범한 송별 파티부터 죽음을 앞둔 극도의 위기의 순간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일’을 생생히 담았다. 화면은 기존의 ‘핸드헬드’보다 더 흔들리고 더 거칠다. 아마추어가 찍은 UCC 같은 이 영상은 세팅된 영화 화면이라기보다는 CNN의 걸프전 방송과 같은 극도의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카메라는 여타 할리우드 영화처럼 재난 현장을 다각도에서 스펙터클하게 담는 대신 군중의 눈높이에서 사람들이 맞닥뜨린 처절한 패닉 상태를 전한다. 빌딩 크기와 맞먹는 괴물이 도시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지만 괴물의 위력보다는 인간의 공포감이 현실처럼 와닿는다.

영화는 그동안의 비밀 마케팅만큼이나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결코 친절하지 않다. 극도의 핸드헬드 기법이 85분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이 영상은 관객 입장에선 불편하고 어지럽다. 또 ‘클로버필드’에는 영웅도, 사회적 메시지도, 결말도, 괴물의 정체도 없다. 따라서 뚜렷한 메시지나 결말을 원하는 관객은 자막이 올라갈 때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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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1/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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