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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1800여년 전 중국 대륙에서 위, 촉, 오 삼국이 천하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힘과 지혜의 다툼을 스펙터클하게 그렸다. 드라마틱한 전투, 용사의 무용담이 방대하게 펼쳐진 이 서사는 현대인에게 객관적 역사이면서 훌륭한 ‘이야기’이자 신화이다. 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삼국지’는 소설, 게임, 드라마, 만화 등으로 수없이 재탄생했지만 영화화된 것은 1990년 단 한 차례뿐이다. 그만큼 스크린으로 옮기기 힘든 ‘삼국지’가 2008년판 영화로 나왔다.

한국이 제작을 맡고 홍콩·대만의 배우 등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삼국지-용의 부활’은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니라 조자룡(조운)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홍콩 톱스타 류더화(유덕화)가 용맹하고 카리스마 있는 장군 조자룡을 맡았다. 한국의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전체 제작비 200억원 중 90%인 180억원을 대고, 기획과 제작,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을 담당했다. ‘성월동화’ ‘흑협’을 만들었던 리옌쿵(이인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류더화 외에 훙진바오(홍금보), 매기 큐가 출연했다.

유비나 조조가 중심이 됐던 소설과 달리 영화는 유비의 장수 중 한 명인 조자룡이 주인공이다. 촉나라의 조자룡은 뛰어난 전투 실력과 용기로 조조의 일만 대군으로부터 혈혈단신 유비의 아들을 구해내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는 관우, 장비, 황충, 마초와 함께 오호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조자룡은 오호장군 중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파인 그는 또다시 위나라와 일생일대 마지막 전투에 임한다.


영화는 조자룡이라는 한 인물에 집중해 ‘삼국지’의 한 단면을 펼쳐보이지만 문학이 이룩했던 드라마틱한 성취를 보여주는 데는 역부족이다. 영화는 젊은 날의 영광을 뒤로한 채 늙어버린 한 영웅의 패배를 그리지만, 그는 인간적 약점이 있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조자룡은 끝까지 고결하며 자신을 잃지 않는 비장한 영웅으로 남는다. 의욕적인 젊은 용사부터 백발의 노장까지 자연스런 변화를 보여준 류더화의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그의 캐릭터는 너무나 모범적이고 단선적이다.

후반부에 조자룡과 맞붙는 인물은 원래 소설에서는 조조의 사위로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조조의 손녀라는 여성 캐릭터 조영(매기 큐)으로 재창조됐다. 아마도 세계 시장을 위해, 상업성을 위해 고쳐넣었을 것 같은 조영 캐릭터는 영화적 재미를 주기보다는 사실성이 떨어져 극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의 기이한 의상과 메이크업 등은 드래그퀸(여장남자)을 연상시켜 부자연스럽게 보일 뿐이다.



'삼국지’의 매기큐 “중국 역사·언어 몰라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남자 영화’(guy movie)에만 많이 출연했네요. ‘삼국지’ 속 조영 캐릭터는 연예계 속 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연예계는 여성성을 드러내고 유지하기 힘든 곳이거든요.”

매기 큐는 미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와이 출신의 미국인이다. 홍콩 등지에서 모델과 배우로 활약하던 매기 큐는 톰 크루즈와 함께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 3’와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출연한 ‘다이하드 4’에서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으며 이를 통해 세계적 배우가 됐다.

매기 큐는 ‘삼국지-용의 부활’에서 류더화, 훙진바오 등 홍콩의 톱스타들과 함께 영화의 주요 캐릭터를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 가상의 인물인 조조의 손녀로 분해, 뛰어난 계략으로 조자룡에게 최후의 패배를 안긴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보여준 강인한 여전사적 이미지는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이지만 매기 큐에게 이번 작업은 특히 어려웠다. 중국인이 아닌 그는 ‘삼국지’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그는 베이징어로 완벽한 연기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 했던 영화 중 가장 힘들었어요. 울면서 잠든 적도 있을 정도예요. ‘삼국지’ 역사적 배경과 지식, 그리고 언어를 모르기에 무(無)에서 모든 것을 시작했어요.”

매기 큐는 또 “중국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을까,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며 “하지만 두려움을 굳은 결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고, 감독님의 열정과 비전을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강인한 여성 액션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 “나약해 보이는 역할보다 강한 여성의 이미지가 더 좋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남자 영화에 많이 출연했기에 다음엔 여성스러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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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3/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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