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신문 배달의 달인, 봉투 접기의 달인, 호떡 만들기의 달인, 라면맛의 달인, 채소 손질의 달인, 설거지의 달인, 포장의 달인, 부침개의 달인, 무거운 밥상 들기의 달인….

 SBS ‘생활의 달인’이 보여주는 달인은 조금 특별하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이들은 소위 전문가나 엘리트들은 아니다. 사람들이 무심히 넘기는 소소한 사물 뒤에 감춰진 대량생산 시스템 속에서 이들은 기계도 못하는 일들을 천재적이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척척 해낸다. 이들은 빠르고 정확하며 섬세하다. ‘생활의 달인’은 어찌 보면 사소하고 기계적이며 반복적인 노동을 ‘달인’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1회때부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윤준석(36) PD는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터줏대감이다. 그는 “열심히 사는 달인들을 옆에서 보면 힘든 것도 잊게 된다”며 “한마디로 철들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생활의 달인’은 2005년 4월 25일 첫방송 이래 지난 10일까지 139회까지 방송됐다. PD와 조연출, 작가 등 모두 35명 가량의 스태프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매주 달인을 찾아 나서고, 달인의 옆에 바싹붙어 달인의 생활을 생생히 카메라에 담는다. 작년 100회 특집 때 계산해 보니 스태프들이 답사 및 촬영을 한 거리는 지구 두바퀴 반 길이가 나왔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소개된 달인만 800여명, 직업은 500가지에 이른다. 그 많고 많은 달인을 도대체 어떻게 찾아내는걸까? 윤PD는 “제보는 5%도 안 된다”고 말한다. “달인들은 스스로를 달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서지 않죠.” 대신 인터넷과 신문, 지역방송, 잡지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게 대부분이다.

 윤PD는 “달인을 찾으면 최소 2일∼4일간 옆에 지내면서 밀착취재를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만든 지 3년 가까이 되니까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일단,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을 5명 이상은 만납니다.”

 달인들은 대부분 수십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부단한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그들은 빠른 손놀림과 오랫동안 축적된 자신만의 노하우를 뽐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달인들이지만, 이들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다. “누구나 다 오래하면 이렇게 돼요”라며 겸손해한다. “달인들을 보면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씩 오랫동안 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들의 공통점은 한우물을 팠고 또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점이죠.”

 ‘생활의 달인’은 달인의 기술뿐만 아니라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아우르고 이들의 노동을 숭고하게 만드는 미덕을 지녔다. 시청자들은 달인의 굳은 손에서 무수한 세월 동안의 땀과 노력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 “이 분들을 보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것을 느껴요. 시청자들도 그렇구요. 특히, 어떤 분은 자살을 생각했는데 ‘생활의 달인’을 보면서 열심히 살기로 마음 먹었다고 전해오기도 했어요.”

 달인 한 명 한 명의 삶이 모두 값어치있지만 윤PD는 폐드럼통을 운반하는 드럼통 달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기술도 물론 대단했지만 그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 이 달인은 자신이 옷차림도 깨끗하지 않고 대단한 기술도 아니라면서 방송을 꺼려했어요. 하지만 방송이 나간 뒤 아들이 우리 아빠 최고라고 했다며 고마워 하시더군요. 그럴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윤 PD는 또 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일반인이 주인공인 것을 꼽았다. “일반인이 저녁 시간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처음엔 연예인도 안 나오는데 누가 보겠냐고 했지만 결국 그게 깨졌죠.” 윤PD는 매주 6시 저녁에 방송되는 ‘생활의 달인’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고 자랑했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한동안 계속 볼 수 있을 듯하다. “장수 프로가 되는 게 꿈이에요. 우리나라에 직업이 1만여개가 넘는다고 해요. 이것들을 다 소개하려면 앞으로도 몇년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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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3/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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