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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미국인으로서 세계화, 대기업, 총기 소지, 이라크 전쟁, 그리고 부시 대통령을 대놓고 반대하고 조롱한다. ‘볼링 포 컬럼바인’, ‘화씨 9/11’ 등 미국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마이클 무어가 이번엔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폐해를 까발렸다.

그의 최근작 ‘식코’에선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이 우선인 미국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이면이 낱낱이 드러난다. 마이클 무어 영화의 특징은 심각한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마이클 무어식 유머와 위트로 무장해 2시간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한편으론 무섭다.

# 미국, 환자를 위한 나라는 아니다 (No country for Patients)

 미국은 공공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산업 국가다. 미국인 5000만명은 의료보험에 들지 않았으며, 고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단지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영보험회사에 가입한 2억5000만명의 ‘행운아’들 역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응급 처치, 중증질환의 수술, 약 처방을 받기 전 보험사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승인이 나지 않으면 환자들은 미국 내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없다.

 영화 속 한 신장암 환자는 병원에서 “신장 이식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지만 민영보험사가 “신장이식 수술은 위험하다”며 거절해 끝내 사망한다. 한 어머니는 40도의 열이 펄펄 끓는 18개월 딸을 안고 허겁지겁 근처 병원에 가지만 그녀가 가입한 보험과 연계된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당한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는 몇 시간 뒤 끝내 숨진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환자가 아니라 보험사의 이익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민간 보험회사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환자들에게 보험료 지급을 거부한다. 영화 속 린다 피노의 의회 증언은 충격적이다. 대형 보험회사의 전 의료고문이었던 그는 “50만달러를 아끼려 한 환자의 수술을 거절했고, 결국 그는 사망했다”면서 “내가 하는 일은 내 의학적 지식을 이용해 의료비 지출을 막아 회사에 이익을 안기는 것이었다. 거부율이 높을수록 인센티브를 받고 승진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겁내는 ‘사회주의식’ 시스템인 공공의료보험제도를 채택하는 다른 나라는 어떨까? 무어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로 날라가 환자가 무료로 치료받는 의료 시스템을 보여준다. “병원비가 얼마나 많이 들었냐”고 묻는 무어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영국의 원로 정치인은 “전국민 의료보험은 여성의 참정권처럼 당연하다”며 “이 제도를 없애려 한다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미국인들을 더욱 선동하는 듯하다. 미국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던 ‘미국의 영웅’ 9.11 테러 구조대원들은 ‘악마’ 카스트로가 사는 나라 쿠바에 가서야 공짜 진료를 받는다.

# 미국과 ‘식코’, 그리고 마이클 무어

 ‘식코’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그의 전작처럼 비판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식코’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외국 사례를 너무 미화했다는 것이었다. 또 몇 가지 사례와 수치상의 오류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캐나다의 경우,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긴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식코’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식코’의 메시지나 주장을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식코’는 대놓고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던 전작들과 달리 정치적으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영화다. 무어의 고발은 거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의 후원금을 받아 챙기고, 시스템 수술에 나서지 않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무어는 “나는 다수의 한가운데에 당당히 서 있다”며 그 어느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과거 그의 적이었던 공화당 지지자들조차도 악수를 청해온다. 그는 “이번 문제만큼은 정치적으로 다뤄지길 원하지 않는다. 이것은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마이클 무어가 ‘식코’를 통해 마지막으로 던지는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소방서와 경찰은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 역시 생사가 걸린 문제다. 병원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나와 한 배를 탄 다른 국민들 역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기다리겠다. ‘나’가 아니라 ‘우리’를 생각해야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클 무어가 미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의료보험 개혁을 천명한 가운데 ‘식코’는 반대 의미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민영 의료보험을 미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 맞서 시민사회단체는 ‘식코’ 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무료 관람권을 보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3일 개봉.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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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4/0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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