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중앙일보가 지난 2일 외신의 만우절 오보 기사를 그대로 내보내는 대실수를 저질렀다.

중앙은 2일자 국제면(17면) 오른쪽 상단에 <”브루니, 영국인 좀 세련되게 해주세요”> 제목의 기사에서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 부인이 영국 정부의 위촉을 받아 영국 사람에게 패션과 음식을 가르치는 문화대사로 나선다”고 가디언 인터넷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기사는 보라색 미니드레스를 차려입은 브루니의 사진을 크게 싣고, 또 하단엔 브루니의 구두와 가방 사진까지 실으며 브루니의 패션을 부각시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미디어오늘


중앙 기사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부르니를 영국인의 삶에 멋과 매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 주도 운동의 리더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이 이상한 건 뒤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브라운 총리는 "그동안 영국 사람들이 패션 스타일 측면에서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에 대한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모든 국민이 멋과 세련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브루니는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6월부터 3개월 동안 런던에 머물게 된다. 이같은 조치는 브라운 총리가 브루니를 보고 '유레카'를 경험할 정도로, 브루니가 브라운 총리를 매혹시켰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가디언 인터넷판에 실린 기사라고 해도 4월 1일 만우절이었다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 외국 언론은 만우절에 이같은 장난을 종종 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기사의 경우 황당한 정도가 심해 의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베컴이나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등 남부럽지 않은 패셔니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대해 패션 콤플렉스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른 할 일도 많은 영국 총리가 국민들의 패션을 위해 이웃나라 퍼스트 레이디를 그 문화대사로 위촉하고, 또 3개월간이나 영국에 머문다는 것은 누가봐도 넌센스다.

고개가 갸우뚱할만한 기사를 국제면 한쪽에 눈에 띄게 실은 중앙은 다음날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내놓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중앙의 이 기사가 실린 날(2일) 뒤편의 오피니언면 '분수대' 칼럼은 만우절을 주제로 역대 만우절 뉴스 가운데 최고의 거짓말 기사를 다루었다는 사실이다. (아래 기사) 내년자 칼럼에는 2008년 중앙의 오보 기사도 들어갈라나?

앞으로 국제부 기사들은 4월 1일 외신기사는 특히 더 신중히 판단해야겠다. 작년에도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총리가 퇴임 후 연극 무대에 선다는 영국의 만우절용 기사가 세계일보를 비롯 몇몇 언론에 보도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특히 영국 기사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거짓 기사라는 것을 알고 보면, 현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런 기사가 재미있기는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만우절용 기사는 아니지만, 그 뺨치는, 아니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초특급 웃긴 기사가 있었던 게 생각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로그인 비번을 몰라 열흘간 컴퓨터를 쓰지 못했다는 안타깝고도 슬픈 이야기가...

 
중앙일보 2008.04.01

[분수대] 만우절

만우절(萬愚節)은 프랑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564년께 프랑스의 국왕 샤를 9세가 율리우스력을 폐지하고 오늘날 사용되는 그레고리력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새해 첫날이 1월 1일로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4월 1일 전통을 고수했다. 그러자 새 역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이날에 새해 선물이라며 빈 상자를 포장해 보낸다거나, 신년 파티를 한다고 가짜 초청장을 보내 헛걸음을 시킨 것이다.

오늘날 만우절은 가벼운 장난이나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기념일로 정착했다. 인터넷의 ‘속이기 박물관’ 사이트(www.museumofhoaxes.com)는 만우절 역대 100대 거짓말을 선정해 놓았을 정도다. 악명 높고 황당하며 많은 사람을 속인 순서다.

1위는 영국 BBC-TV의 1957년 뉴스 쇼 보도가 차지했다. 스위스에서 올해 스파게티 나무 농사가 대풍을 기록했다며 수확 현장의 영상까지 내보낸 것. 재배 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BBC는 답변했다. “스파게티 한 가닥을 토마토 소스 깡통에 넣고 잘되기를 빌어라.”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 벨사의 광고는 4위에 올랐다. 96년 독립의 상징인 ‘자유의 종’을 정부로부터 사들여 ‘타코 자유의 종’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주장한 것.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백악관 측은 답변했다. “링컨 기념관도 팔려서 ‘포드 링컨 머큐리 기념관’으로 이름이 바뀌게 됐습니다.”

77년 영국 가디언지의 특집 보도는 5위를 기록했다. 인도양에 ‘샌 세리프’란 섬나라가 있다며 ‘최고의 휴양지’라고 무려 7쪽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이 특집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에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해마다 만우절 기사를 싣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그 영향이 일본에까지 미친 것일까. 99년 아사히 신문은 정치면에 “일본 정부가 정계의 심각한 인재난을 해소하는 긴급 대책으로 외국인도 각료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각료 빅뱅 법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 TV들은 이를 아침 뉴스로 소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1면의 기사 안내 “오늘은 만우절, 가공의 기사가 하나 있으니 알아맞혀 보세요”를 미처 보지 못한 탓이다.

1일 구글 코리아 사이트에서 ‘사투리 자동 번역’(www.google.co.kr/landing/saturi)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만우절 기획은 웃음을 자아낸다. “저기 있는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는 “자~는 누꼬?”(경상도 사투리의 경우)로 번역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제 만우절은 지나갔지만 ‘한번 웃어 보자’는 유머 정신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웃음은 더욱 필요한 것이니까.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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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세상 속으로 l 2008/04/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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