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먼훗날 삶이 얼마 안 남았다면... 두려워하거나 지난날을 후회하기보다, 또는 엄숙하고 무겁게 보내기보다는 소풍처럼 즐겁게 보내고 싶다....물론, 재력이 된다면야 이들처럼 전세계를 누비며 호화롭게 보내고 싶다... 제일 중요한 건 노인이 돼서 무거워지거나 독선적이 되거나 하지 않고, 이들처럼 인생의 sense of humor를 지켜나가고 싶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기 전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는 건 어떨까? 9일 개봉한 영화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화끈하게 즐기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 흑인과 백인으로 인종은 서로 다르지만 아카데미 수상자이며 할리우드에서 존경받는 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닌 노년의 두 명배우가 호흡을 맞췄다. 당연히 두 사람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감동적이며 때론 웃기기도 하다. 이들의 영화 속 캐릭터는 기존 이미지와 익숙하다. 모건 프리먼은 인자하고 지혜로운 노인이고, 잭 니컬슨은 고집쟁이에 조금 괴팍하지만 여린 면이 있다.
두 병든 노인이 한 병실에 머문다. 젊은 시절 역사교수를 꿈꿨던 카터(모건 프리먼)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신의 꿈을 버렸다. 자동차 정비공으로 46년간 일하며 가족을 돌보고 자식을 교육시켰다. 재벌 사업가인 에드워드(잭 니컬슨)는 카리스마 있는 사업수완으로 돈은 넘칠 정도로 많지만, 그의 곁엔 충직한 비서 외에는 아무도 없다. 무려 네 번이나 결혼했음에도 그는 혼자다.
서로 정반대의 배경과 성격을 가진 이들이지만, 삶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듣자 병실에 가만히 누워있기보다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로 뜻을 모은다. 조용히 과거를 성찰하거나 인생을 관조하는 대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낯선 사람 도와주기나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보기 같은 소박한 것들부터 세계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와 같은 원대한(?) 꿈까지 갖가지 소원이 추가된다.
죽음과 인생을 소재로 하지만 그 주제는 철학적이거나 무겁지 않다. 이들은 에드워드의 재력을 바탕으로 전용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호사스럽게 누빈다. 눈부신 타지마할부터 황금빛 피라미드, 야생 동물이 뛰어다니는 세렝게티까지, 프랑스의 최고급 레스토랑부터 세련된 홍콩의 바까지, 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의 극한 스포츠까지 원없이 체험한다. 그래서 삶과 죽음에 대한 동양적 물음이 없는 이 미국 노인네들은 가볍거나 물질주의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드라마틱한 재미나 인생의 묵직한 깨달음과 감동을 원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명배우가 무게감을 털어버리고 만들어낸 화학작용과 그들의 경쾌한 유머는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노인이라고 꼭 인생의 깨달음을 다 얻은 듯 무겁고 진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젊은 사람들과 비슷한 삶의 욕망을 즐기는 게 뭐가 문제일까.
생애 마지막 순간 서로에게 진정한 동무가 되어준 두 사람의 우정은 유쾌하다. 그래서 노년에 마음에 맞는 친구 사귀기, 인생을 즐겁고 유머 있게 대하기 등의 목록을 내 버킷리스트에 추가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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