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쿵푸팬더’는 동양적 소재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락 작품으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맛갈진 솜씨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국이 자랑하고 서양이 열광하는 ‘쿵후’와 ‘판다’,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높였다.
판다는 검은색과 흰색의 아기자기한 조화가 특징인 귀여운 동물이지만, ‘쿵푸팬더’는 판다의 귀여움보다는 무게감에 비중을 실었다. 주인공인 판다 포는 육중한 몸매의 국수집 아들이지만 마음만은 날렵한 쿵후 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탄탄한 근육도 날렵함과 기술도 없는 포의 무술인으로서의 장점은 오로지 천부적 맷집과 식탐. 적에게 아무리 공격을 당해도 출렁이는 뱃살 덕에 좀처럼 타격을 입지 않는다. 사부인 시푸 역시 포의 식탐을 이용해 맞춤식 훈련을 실시한다. 포와 시푸가 만두 하나를 먹기 위해 젓가락으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영화 속 백미. 또 실제 쿵푸의 권법인 원숭이권, 학권, 당랑권, 사권, 호권을 ‘무적의 5인방’ 캐릭터인 원숭이, 학, 사마귀, 뱀, 호랑이로 형상화했다.
기본 줄거리는 이처럼 무술에 소질 없는 판다가 쿵후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것. 우연히 ‘용문서 전수자’로 점지된 포는 집중 훈련을 받는다. 그 와중에 어둠의 감옥에 갇혀 있던 타이렁이 탈옥하자 마을은 위기에 닥친다. 보잘것없던 포가 자신의 잠재력과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은 동양적 선문답을 떠오르게 한다. ‘비어 있음’에서 무한한 의미를 찾는다는 영화의 주제는 동양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화면도 전체적으로 중국적 색채가 묻어난다. 높은 산 위에 있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동양식 건축물, 대나무 숲에서의 현란한 무술 액션 등 마치 ‘와호장룡’의 화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디자인 스태프들은 중국 신화와 건축물에 대해 알기 위해 ‘영웅’ ‘와호장룡’ 등의 영화를 반복해서 봤다.
몸치식신 판다 포 목소리역은 장난기 많은 개성파 배우 잭 블랙이 맡았다. 그 밖에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루시 리우, 성룡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포를 훈련시키는 노장의 사부 역은 더스틴 호프먼, 카리스마 있는 날렵한 타이거리스 역은 안젤리나 졸리 등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도 유사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날씬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에다 환한 미소까지 매력적인 금발 미녀. 카메론 디아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카메론 디아즈(사진)는 지난 10년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녀 삼총사’ 그리고 ‘슈렉’의 피오나 공주 역을 통해 섹시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카메론 디아즈’표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가 새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서 또다시 떠들썩하고 유쾌하게 그 매력을 발산했다. 애시튼 커처와 짝을 이룬 이 영화는 그렇고 그런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진부하고 새로움은 없다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먼저 개봉한 미국과 유럽에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었다. ‘라스베가스’는 블록버스터 ‘스피드 레이서’를 눌렀으며,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개봉 첫주보다 둘째주에 관객이 더 늘기도 했다. 이 같은 흥행 성공은 카메론 디아즈, 그리고 그와 애시튼 커처의 조합 덕분이다. 조금은 식상하지만 카메론 디아즈의 유쾌한 이미지가 여전히 먹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카메론 디아즈가 다시 시끌벅적한 로맨틱코미디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특히 상대역이 애시튼 커처라 더욱 끌렸어요. 영화 제목 자체가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그려내죠.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돌아가는 도시예요. 지금이 몇시인지, 돈을 얼마나 썼는지, 얼마나 마셨는지 알지 못해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그 어떤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라면 절대 못할 일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죠.”
90년대 최고의 ‘잇걸’(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여성)이었던 카메론 디아즈도 35세가 됐다. 캐머런이 한 잡지 인터뷰에서 밝힌 나이에 대한 생각.
“20대보다 30대가 더 행복해요. 예전보다 더 강해졌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난 몇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내가 강하다고 느껴요. 몸은 영원히 젊을 수 없지만, 정신은 영원히 젊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LA타임스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의 액세서리 여비서 역에 그친 귀네스 팰트로와 ‘라스베이거스’의 카메론 디아즈를 두고 30대 여배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90년대 무게감을 가졌던 여배우들이 제시카 알바나 브리트니 머피가 할 만한 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캐머런 디아즈를 두고는 나이가 들어서도 ‘발랄한 소녀’ 역에 머물렀던 맥 라이언과 같은 덫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카메론 디아즈의 예정된 행보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은 불필요해 보인다. ‘라스베가스’에서 팬서비스처럼 고유 장기를 자랑한 그의 차기작들은 코미디가 아니다. 닉 카사베츠 감독의 ‘마이 시스터스 키퍼’는 진지한 주제의 휴먼드라마이고, ‘더 박스’는 심리 스릴러물이다. 디아즈는 이 두 영화에서 ‘잇걸’ 이미지를 벗고 엄마이자 아내가 된다. 하긴 카메론 디아즈가 지금까지 섹시발랄한 모습만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는 ‘존 말코비치 되기’ ‘바닐라 스카이’ ‘갱스 오브 뉴욕’ 등에서는 무겁고 독특한 모습으로 골든 글로브에 4번이나 후보로 오를 만큼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그의 또 다른 모습도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 영화 '라스베가스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은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시트콤 ‘프렌즈’의 로스와 레이철도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바로 술 취한 채 실수로 덜컥 결혼하는 것. 이는 라스베이거스에서만 가능하다.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은 이 같은 소동에서 시작한다.
실연당한 여자 조이(캐머런 디아즈)와 실직한 남자 잭(애슈턴 커처)이 기분 전환하러 라스베이거스에 간다. 술 취해 실수로 결혼한 다음날 당연히 헤어지려고 하지만, 잭이 조이의 동전으로 300만달러 잭팟을 터뜨린다. 돈을 차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이혼하는 대신 강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골탕 먹이던 두 사람은 어느덧 각자의 매력에 빠져든다.
견원지간이던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코미디의 뻔한 스토리이지만, 캐머런과 애슈턴이 한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각각 8살 연하 남자와 사귄 경험이 있고 16세 연상 여자와 결혼한 두 연상연하 배우는 은근히 잘 어울린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육체적 화학작용은 브래드 피트와 앤절리나 졸리 커플의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이후 가장 뜨겁게 느껴진다. 29일 개봉.
여름 성수기 시즌을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전의 첫 번째 성적표가 나왔다. ‘아이언맨’과 ‘스피드 레이서’가 각각 5월 첫째주와 둘째주 개봉하며 스타트를 끊은 가운데 두 작품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한미 양국에서 ‘아이언맨’은 흥행 잭팟을 터뜨린 반면, ‘스피드 레이서’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내놓았다.
지난 4월 30일 먼저 개봉한 ‘아이언맨’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개봉 3주차인 18일까지 국내에서 360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8일 개봉한 ‘스피드 레이서’는 보통 흥행에 유리한 시기인 개봉 첫 주에도 ‘아이언맨’에 밀리는 부진을 보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톱스타 비가 출연하지만 18일까지 70만명에 그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또 지난주는 타깃층이 같은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가 개봉한 터라 ‘스피드 레이서’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똑같다. ‘아이언맨’은 개봉 3일 만에 1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뒀으며, 지난 주말까지 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스피드 레이서’는 개봉 첫 주 ‘아이언맨’의 개봉 2주차 수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20만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카메론 디아즈와 애쉬튼 커처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도 밀려 3위를 기록했다. 미국 언론들은 제작비 3500만달러에 불과한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 제작비가 1억5000만달러 이상에 마케팅 비용만 1억달러인 ‘스피드 레이서’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평가도 ‘스피드 레이서’보다 ‘아이언맨’에 더 호의적이다. 유명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닷컴은 ‘아이언맨’에 대해 “무척 재미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라며 93%의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스피드 레이서’는 “박진감 넘치는 컬러풀한 영화”라는 긍정적 평가보다는 “지루할 정도로 긴 아이들용 영화”라는 부정적 평가가 더 우세했다.
‘아이언맨’의 성공은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호연 덕택이기도 하다. 또 대체로 진지한 영화에 출연해 슈퍼히어로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의외의’ 캐스팅은 영화가 단순한 만화책 영화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결과적으로 만화 ‘아이언맨’을 잘 모르는 관객도 함께 끌어들일 수 있었다. 또 영화는 아프가니스탄 테러리스트, 세계적 전쟁에 책임을 느끼는 윤리적 영웅을 보여줌으로써 약간은 현실 세계를 반영했다. 흥행에 고무된 제작사는 2010년 2편을 내놓는다는 속편 계획도 벌써 발표한 상태다.
‘스피드 레이서’는 ‘매트릭스’로 든든한 성인팬을 확보하고 있는 워쇼스키 감독이 만든 가족용 영화다. 워쇼스키 감독은 어린이를 포함한 더 넓은 관객층과 소통하고자 이 같은 영화를 내놓았지만, 원작 일본 만화영화에 지나치게 기댄 데다 기존 ‘매트릭스’의 혁명적 사유를 기대했던 관객층이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