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지난해 충무로에 불었던 ‘경성’ 바람이 올해 그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영화 ‘원스어폰어타임’과 ‘라듸오 데이즈’. 31일 나란히 개봉해 흥행 대결을 펼치게 된 두 작품은 장르가 코미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하고 무거운 시대 정신을 벗는 것에서 나아가 코믹을 덧씌웠다는 점에서 위험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박용우·이보영 주연의 ‘원스어폰어타임’은 전설의 보물 ‘동방의 빛’을 쫓는 도둑과 사기꾼, 그리고 독립군과 일제가 얽히는 모험담이며, 류승범 주연의 ‘라듸오 데이즈’는 경성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소동극이다.

◆암울한 시대와 웃음의 만남

두 영화는 1930년대 또는 40년대의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대적 코믹 코드를 넣었다. 시대를 그대로 반영했다기보다는 좀더 낙천적인 상상력을 가미했다. 모던 양장과 빨간 구두, 재즈 등 이제 막 들어온 서구 문물은 전통 생활 방식과 혼합돼 묘한 이국적 분위기를 풍긴다. 경쾌하고 코믹한 장르 분위기는 일제의 제국주의적 억압이 언제든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긴장감과 결합돼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하는 분위기는 결코 풍자는 아니지만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독립운동가 역시 웃음의 주요 코드가 됐다. 한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책임을 지닌 독립운동가 대신 두 영화 속 독립투사는 어리버리하다. 독립운동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지만 변변치 못한 작전과 어설픈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원스어폰어타임’에서 성동일과 조희봉 콤비의 코믹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이러한 우스꽝스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열정 덕분에 독립을 웃음의 소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은 영리하게 피해갔다.

◆‘폼생폼사’ 모던보이와 모던걸

라듸오 데이즈’의 하기호 감독은 “1930년대는 서구문물을 동시대적으로 받아들여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가 꽃피던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적 배경 속에서 영화는 표면적으로 민족과 독립보다는 개인적 문제에 더 집중했던 그 시대 모던보이와 모던걸들을 보여준다.

‘라듸오 데이즈’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예술이라는 낭만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 시대 ‘딴따라’들이 주인공이며, ‘원스어폰어타임’은 3000캐럿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는 속물들의 이야기이다. ‘라듸오 데이즈’의 한량 PD 로이드(류승범)나 ‘원스어폰어타임’의 봉구(박용우)는 세련된 매너와 서구식 옷차림을 뽐내는 그 시대의 메트로섹슈얼이다. 두 작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모던걸은 재즈 가수라는 직업을 가졌다. ‘원스어폰어타임’의 이보영과 ‘라듸오 데이즈’의 김사랑은 업스타일의 머리, 서구적 외모와 민소매 드레스 등 오늘날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복고 스타일을 선보인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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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1/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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