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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와 송승헌, 두 톱스타가 액션 누아르에서 남성적 에너지를 뿜어낸다. 20일 개봉한 영화 ‘숙명’은 이 같은 기대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상의를 벗은 채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영화 ‘숙명’의 티저 포스터는 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짓는 듯했다. 어둠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 이야기는 너무 뻔해 보였다. 안타깝게도 영화 ‘숙명’은 이러한 편견을 없애지 못했다.
영화는 때리고 부수는 것으로 시작해 칼부림으로 마무리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초적인 둔탁한 폭력으로 가득하다. 송승헌과 권상우의 대결을 기본 뼈대로, 여기에 지성과 김인권이 가세했다. 네 남자는 한때 같은 조직의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배신으로 인해 서로에게 친구이면서 적이 된다. 꽤 멋진 배우들이 꽤 멋지게 화면을 메우지만 ‘숙명’은 조폭 세계의 핏빛 다툼과 비극이라는, 한국영화에서 너무나 익숙한 소재를 너무나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말았다.
물리적 폭력과 마초적 감성만이 풍만한 이 영화에서 여자들은 또 들러리로 전락했다. 가정폭력 아버지보다는 가출한 어머니를 더 원망하고, 자신의 폭력 성향 때문에 떠난 옛 애인도 여전히 자기 소유로 생각하고, 성인인 여동생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는 등 이들은 근육부터 뼛속까지 마초 기질을 갖췄다.
권상우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악역을 맡았으며, 송승헌은 싸움에도 강하고 의리도 있는 남자를 맡았다. 두 배우는 지난 17일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기 변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송승헌은 군 제대 후 ‘숙명’을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 예전과 다른 남자답고 거친 이미지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영화보다는 드라마, 그리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무난하게 복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변신을 위해 ‘숙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를 본 후에 ‘송승헌에게도 저런 거친 모습이 있구나’ 하는 말만 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독히 악랄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악역을 맡은 권상우는 “동정이 안 가는 악역이면 안 했을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보면서 드라마를 쉬어 가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철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슬픈 멜로든 오락영화든 관객들이 내 연기를 보면서 웃는 게 기분이 좋다. 다른 색깔 옷을 입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상우는 그의 부드러움과 남자다운 이미지에 반했던 일본 팬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될 만큼 악랄한 역을 선보였다. 하지만 캐릭터의 비열하고 잔인한 면모는 눈빛이나 말투가 아니라 시끄럽게 내지르는 거친 욕지거리와 다혈질적 폭력으로만 전해질 뿐이다. 오히려 마약에 찌들어 광기로 나아가는 김인권의 연기가 소름 끼치게 무섭다.
부드러운 멜로와 눈물 연기를 보여줬던 송승헌은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밑바닥 인생의 때가 묻은 건달이라기보다는 뮤직비디오 속 터프한 주인공처럼 멋지게만 보일 뿐이다.
한류 팬들을 염두에 두고 찍은 게 아니냐는 이 같은 지적에 김해곤 감독은 “이들은 얼굴을 찢어놔도 안 망가진다”며 “배우의 외모도 재능의 한 면이기 때문에 일부러 더 망가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상우는 “해외 팬들의 많고 적음이 영화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질적인 것을 벗어나서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나야말로 멋있게 나오고 싶었는데 멋있게 찍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권상우는 또 “권상우와 송승헌이라는 편견 없이 봐 달라”고 당부했다.
송승헌과 권상우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02년 ‘일단 뛰어’에서 날라리 고등학생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송승헌은 “‘일단 뛰어’에서는 노는 것처럼 즐겁게 찍었다면, 이 작품은 심각한 작품이기 때문에 서로를 바라보면 웃음이 나와 친한 게 꼭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웃었다.
김해곤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는 죽일 듯이 싸우는 두 배우가 ‘컷’만 외치면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돌아간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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