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올해 한국 스릴러 영화는 그 어떤 장르보다 돋보였다. ‘검은집’, ‘리턴’, ‘세븐데이즈’, ‘우리동네’ 등 특색 있는 소재와 팽팽한 긴장감,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세련된 스타일의 화면이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올해 마지막 한국 스릴러 영화인 ‘가면’ 역시 색다른 소재와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내보이며 한껏 높아진 관객의 욕구를 웬만큼 충족시킬 만하다.

영화는 일단 소재 면에서 파격적이다. 동성애와 호모포비아, 마초적인 군대 내 성폭력 등 우리 사회의 금기를 전면에 다루고 있다. 여기에 세 건의 참혹한 살인사건과 살인범이 과연 누구인지를 추적하는 게 스릴러로서의 기본 뼈대다.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의 외피를 둘렀지만 멜로의 성격이 진하게 배어 있다. 따라서 숨 막히는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보다 후반부의 치명적이고 신파적인 사랑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후반부는 통속적이고 스타일리시한 홍콩 영화를 보는듯한 거친 터치와 낭만을 동시에 내뿜고 있다.

한 스포츠센터에서 두 남자가 잇따라 살해당한다. 사건을 파헤치는 조경윤 형사(김강우)와 박은주 형사(김민선)는 죽은 두 사람이 10년 전 군대 동기로 폭행사건의 가해자였음을 알게 된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인 이윤서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가운데 조경윤은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이윤서의 행방을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윤서의 비밀스러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막판 반전과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리베라메’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등을 연출한 양윤호 감독은 김강우, 김민선, 이수경 등 젊은 배우들을 기용해 트렌디한 감각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김강우와 김민선이 맡은 형사들은 땀내 나는 아저씨가 아니라 쿨한 신세대 같고, 경찰서 역시 구식 인테리어에 어지럽게 널린 이미지 대신 할리우드 영화나 미드에서 봤던 통유리의 첨단 이미지를 자랑한다. 27일 개봉.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2/31 12:20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867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세 건의 처참한 연쇄살인과 그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스릴러 영화 ‘가면’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17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후반부 극적인 반전을 숨기고 있는 영화 ‘가면’(27일 개봉)은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치명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품고 있는 멜로 영화이기도 하다.

  ‘바람의 파이터’ ‘홀리데이’ 등의 양윤호 감독과 충무로의 젊은 배우들 김강우, 김민선, 이수경이 손을 잡았다. 올해 토리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영화 ‘식객’의 흥행까지 겹경사를 맞은 배우 김강우는 “예전에나 지금에나 난 A급 배우가 아니다. 어느 작품이나 배역을 해도 상관없다”고 겸손해했다.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거친 형사로 변신한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스릴러 장르를 한번 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스릴러와 멜로가 함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털털한 여형사로 분한 김민선은 “무엇보다 여자 형사라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며 “여배우이기 때문에 예쁘게 나오고 싶지만 형사이기 때문에 외모 부분은 버렸다. 그래서 가장 먼저 머리를 잘랐고, 촬영장에서도 따로 머리 손질을 하지 않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를 보니 예쁘게 나온 이수경씨를 보면서 ‘나도 얼굴 하얗고, 나도 팔 다리 긴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타짜’에서 조승우의 연인에 이어 ‘가면’에서 김강우의 연인이 된 이수경은 “다시는 못 할 수 있을 역이라 욕심냈다”고 말했다. 이수경은 김강우와의 베드신에 대해 “촬영할 때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영화를 보니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양윤호 감독은 세 명의 배우들에 대해 “연기가 원숙한 연기자보다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지닌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캐스팅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또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가면’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재밌었지만 비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패턴과 여러 장점들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스릴러 영화로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를 모두 8편을 찍었는데 이렇게 즐겁고 편하게 촬영한 작품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2/17 19:34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860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공포와 판타지로 버무린 '사랑과 죽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과 죽음. 사랑의 에너지 ‘에로스’와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 이 두 가지 상반된 주제는 서구 예술에서 같은 뿌리를 갖고 함께 공존해 왔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낭만과 비극성을 동시에 지닌 인간의 영원한 테마다.

격렬하게 드라마틱하면서 무척이나 진부한 이 문학적 주제를 독특하게 풀어낸 두 편의 한국영화가 여름 절정기에 관객을 찾는다. 장르도 시대 배경도 다르지만, 사랑과 죽음을 씨실로 삼고 공포와 판타지를 날실로 삼아 잘 버무려낸 연출력이 돋보인다.

‘기담’은 1940년대 서양식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색 공포물이고 ‘별빛 속으로’는 1970년대 말 한 청년이 겪는 색다른 판타지물이다.

두 영화가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환상적 이미지를 잘 덧입혔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영화다. 그렇고 그런 공포물에 질린 관객들에게 특이한 경험을 안겨 줄 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독한 사랑이 낳은 공포=사랑을 잃은 슬픔은 때로는 죽음의 욕망을 낳고, 때로는 공포를 낳는다. 지독하게 사랑했기에, 도저히 떨쳐낼 수 없기에 사랑은 비극으로 승화된다.

‘기담’은 1942년 경성, 신식 의료원 ‘안생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신식 문물이 공존하던 시절, 사랑과 연모 때문에 섬뜩한 공포가 빚어진다. 같은 공간에서 나흘간 벌어진 각기 다른 세 가지 이야기는 퍼즐처럼 겹쳐지기도 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해 자살한 한 여고생의 시체가 병원에 들어온다. 의학실습생 정남(진구)은 이 아름다운 시체에 홀려 매일 그를 찾는다. 또 다른 날엔 소녀 아사코(고주연)가 일가족이 몰살한 교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아 병원에 실려온다. 아사코는 새 아빠와 엄마가 끔찍한 환영으로 등장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서로 끔찍이 사랑하는 의사 부부 동원(김태우)과 인영(김보경)도 안생병원의 일원이다. 어느 날 동원은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나아가 그가 밤마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기담’은 공포영화이지만 무서움보다는 오히려 연민과 슬픔을 자아낸다. 배경이 되는 안생병원 역시 기존 공포영화의 공간처럼 어둡고 음산한 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핏기없는 하얀색 병원 대신 목조건물을 통해 따스한 느낌의 옐로와 브라운 이미지를 더 활용했다. 벚꽃, 수련, 낙엽, 설산으로 형상화된 영혼결혼식의 환상 시퀀스는 영화가 추구하는 탐미적인 서정 공포를 잘 보여준다. 1일 개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죽음을 통해 이룬 사랑=‘별빛 속으로’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판타지로 접근했다. 200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순진한 대학생 수영(정경호)은 명랑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삐삐소녀(김민선)를 만난다. 어느 날 삐삐소녀는 갑작스럽게 투신자살하고, 이후 수영 앞에 이상하고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죽은 삐삐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실제처럼 나타나고, 새로 과외를 하게 된 여고생 수지(차수연)와는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수영은 자신과 수지에 얽힌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는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판타지와 멜로, 게다가 호러까지 가미돼 다양한 장르의 색다른 조합을 맛볼 수 있다. ‘식스 센스’와 같은 작은 반전의 묘미도 있지만, 이 영화가 내세우는 것은 반전이 아니라 운명과 같은 사랑을 이루게 되는 남녀들의 이야기이다. 이승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삐삐소녀는 수영에게 짜릿한 환상의 경험을 선사하고 또 다른 인연으로 이끈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까지 따라갈 수 있다’고 하지만, 영화는 비장한 신파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러브 스토리를 전한다. 황규덕 감독은 “이승과 저승을 넘는 사랑 이야기 ‘천녀유혼’과 뻔뻔스럽게 진짜와 거짓말을 애매하게 늘어놓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9일 개봉.

김지희 기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08/03 12:02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67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타선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담. 오랜만의 매혹적인 작이었어요.
    개봉시기가 조금 아쉽게 되었읍니다.

    2007/08/03 22:23
    • BlogIcon kimjih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다 서정적이고 매혹적이었어요. 기담이 좀더 세련됐지만, 별빛속으로도 신비롭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2007/08/08 22:16
  2. BlogIcon rai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담'으로 검색하다가 좋은 포스팅 보고 찾아왔습니다^^

    기담 장기 상영을 위한 네티즌 서명을 받고 있는데
    관심 있으시다면 도와주세요^^

    청원문 전문 :

    http://agoraplaza.media.daum.net/petition/petition.do?action=view&no=30536&cateNo=244&boardNo=30536

    영화 제작사, 배급사가 영화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요구하고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기담은 올해 공포 영화의 수작으로 호평 받으며
    적은 상영극장 수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틈에 끼어서
    8월 1일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200여개의 극장, 그것도 소규모 극장으로 개봉했는데
    벌써부터 극장 수가 줄고,
    그나마 상영하는 극장도 단관개봉, 교차상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알력과 배분에 의해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결정되고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티상영관이 한 두 어개 블록버스터 영화로만 채워졌습니다.

    기담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영 극장이 너무 적습니다.
    좋은 공포 영화 기담을 보고 싶어하는 영화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주세요

    2007/08/20 18:56



"10억 들인 '별빛속으로' 내겐 블록버스터"
“예산은 10억 들었지만 저에게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정경호, 김민선, 차수연 주연의 영화 ‘별빛 속으로’의 황규덕 감독은 27일 서울 종로 스폰지에서 열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별빛 속으로’가 ‘저예산’ 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 제작비가 수십억 또는 수백억으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10억이라는 제작비는 다소 적게 느껴지는 게 사실. 황 감독은 “관객들은 ‘저예산’ 영화라고 하면, 잘 못 만든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같은 돈 내고 이왕이면 100억 들인 영화를 보고 싶어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자본의 노예가 돼서 상투적인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저예산 영화가 아니라 알찬 영화다”고 강조했다.

‘별빛 속으로’가 세 번째 작품인 황 감독은 첫 번째 영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89년)는 1억원, 두 번째 영화 ‘철수♡영희’(2004)는 2억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별빛 속으로’는 처음으로 세트를 지어 촬영한, 나에게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말했다.

제작사인 스폰지 조성규 대표는 “배우들은 밝히면 안 되는 개런티로 최대한 몸값을 낮춰 출연했으며, 각본과 감독을 맡은 황규덕 감독은 노 개런티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명랑하고 신비스러운 여대생 삐삐 역을 맡은 배우 김민선은 “돈과 상관 없이 내가 좋으면 하고 싶다. 시나리오가 무척 정감이 가서, 비중이나 돈을 떠나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모든 스태프들이 돈도 적게 받으면서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고 감명 받았다”며 “다른 곳과 달리 소박한 꿈과 열정이 있는 촬영장에서 내가 배운 게 많다”고 밝혔다.

200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인 ‘별빛 속으로’는 197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대학생이 겪는 기이하고 매혹적인 사건들을 담았다. 영화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판타지와 멜로, 또 호러적 터치를 가미했다.

황규덕 감독은 영화에 대해 “삶 속에 깃든 신화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귀신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그린 ‘천녀유혼’, 능청 맞게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헷갈리게 하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같은 감성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07/27 20:25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66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타선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수영희서 부터 관심있게 보고 있는 감독분입니다.
    이번작도 기대하고 있지요.

    2007/07/30 08:42

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96)
세상 속으로 (130)
영화 & TV (546)
여자로 살기 (20)
멋쟁이 그녀 (39)
책은 나의힘 (15)
예술의 발견 (17)
외출의 유혹 (29)

달력

«   2008/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