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이러스…좀비… 폐쇄공간…
최근 선보이는 할리우드 등 외국 공포영화는 과거 흥행에 성공했던 ‘스크림’류의 슬래셔 무비보다는 바이러스나 좀비에 의한 인간 위협, 폐쇄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바이러스와 좀비가 인류를 위협하는 영화로는 작년 ‘나는 전설이다’부터 최근의 ‘플래닛 테러’ ‘지구 최후의 날 둠스데이’ 등이 있다. 이어 지난 6월 개봉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재난·공포영화 ‘해프닝’ 역시 괴기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무표정하게 자살하는 사람들을 담아 섬뜩함을 안겼다.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포도 눈에 띈다. 지난 2일 개봉한 ‘노크: 낯선자들의 방문’의 공간적 배경은 집이다. 정체를 모르는 낯선 자들의 방문과 이유를 모르는 공격이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내 집이 나를 위협하는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외부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내부의 공포는 극대화된다.
24일 개봉한 ‘100피트’ 역시 집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담았다. 남편을 살해한 죄로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아 집 밖으로 100피트를 벗어날 수 없는 여주인공은 집 안에서 정체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당한다. 스페인의 ‘알이시(REC)’는 좀비와 폐쇄가 결합된 공포물이다. 구조현장에 따라간 TV리포터와 카메라맨 등은 건물 안에 갇히게 되고 정체 모를 좀비들의 공격을 받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예전엔 공포 대상이 뚜렷이 있었지만 요즘은 사회 자체가 공포가 됐다”며 “현대사회는 어디서나 나를 지켜보는 카메라가 있듯, 내가 인지 못하는 공포가 가까이서 숨죽이고 있다. 또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현대인은 자기 안의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공포영화 실종… 자리 꿰찬 태국 공포
올여름 전체 공포영화의 불황은 한국 공포영화의 실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 공포영화는 ‘여고괴담’과 ‘장화, 홍련’의 성공 이후 2000년대 매년 여름 5편 내외가 개봉됐다. 하지만 올여름엔 ‘고死:피의 중간고사’ 단 한편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한국 전체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최근 몇년 사이 한국 공포영화가 작품성이나 흥행 면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공포영화의 빈자리를 태국 공포영화가 메우고 있다. 태국산 공포영화는 무엇보다 한국 공포영화와 비슷한 동양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대신 국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 속에 한(恨)의 정서와 마지막 반전 코드가 주류를 이루는 것도 공통점이다. 또 서정적 배경과 탁월하고 세련된 영상미도 매력으로 꼽힌다. 음산하면서도 아름다운 저택, 신비롭고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서늘하고 날카로운 공포가 도사린다.
태국 공포영화는 2002년 ‘디 아이’로 화려하게 국내 신고식을 치렀으며 이후 ‘셔터’ ‘샴’ 등 지속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개봉하는 태국 공포영화는 과거 ‘디 아이’와 ‘셔터’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개봉작은 ‘바디’ ‘카르마’ ‘카핀’ 등 세 편이나 된다. 또 제시카 알바 주연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디 아이’도 지난 6월 개봉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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