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러시아를 이야기할 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뺄 수 있을까. 땅덩이 넓은 러시아에서 러시아 사람들도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자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곳,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가기 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 관한 AP 트래블 뉴스의 제목은  
'Russia's "second city" is second to none'이었다. "러시아의 두번째 도시, 둘째가라면 서럽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을 돌이켜 유럽 '계몽군주'들을 떠올려보자. 그 중에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바로 이 표트르 대제가 유럽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세운 '인공' 도시다. 유럽의 선진 문명을 동경한 표트르는 동방 스타일의 모스크바를 버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옮겼다. 유럽식 건물로 가득 채워진 이 도시는 유럽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답지 않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강과 고전적 건물이 늘어선 이 도시는 도스토예프스키, 푸시킨 등 러시아 문학과 예술이 절정에 이르렀던 도시이지만, 처절한 피의 역사를 가진 비극의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건설 당시 추위와 굶주림에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바쳤으며, 제정 러시아 말기에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또 제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공습 속에 많은 희생을 치렀다.

어쨌든, 제정 러시아 이후 다시 모스크바로 수도의 자리를 뺏겼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 도시로서 러시아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 도시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열린 G8회담을 수도인 모스크바 대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인들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레닌그라드'에서 다시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뒤 이제는 건설된지 약 300년이 지난 지금 인공의 티를 벗고 그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푸시킨은 그의 서사시 '청동기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인간의 뼈 위에 건설된 도시'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 젊은 수도 앞에서 늙은 모스크바는 광채를 잃어버렸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북국의 꽃이자 기적인 이 청년도시는
어두운 숲 속에서, 물 고인 늪지에서
화려하게, 당당하게 일어섰다.
한때... 핀란드의 어부가...
낡아빠진 어망을 던지던 곳,
지금은 생기를 되찾은 기슭에
으리으리한 궁전이며 탑들이 빽빽이 들어서고
세계 곳곳에서 선박들이
이 풍요로운 항구를 향해 속속 모여든다.
젊디젊은 왕비를 마주한 홀로된 대비처럼
이 젊은 수도 앞에서
늙은 모스크바는 광채를 잃어버렸다

-푸시킨의 시 '청동기사' 중-


푸시킨의 시 '청동기사' 때문에 '청동기사상'으로 더 잘 알려진 표트르대제의 동상. 쿠데타로 남편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예카테리나 2세가 이 도시의 건립자인 표트르 대제의 후계자임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 크기와 무게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상징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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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Hermitage)

에르미타주 또는 '겨울궁전'이라고도 한다. 제정 러시아의 메인 궁전으로 내부 인테리어와 크기는 어마어마하게 화려하고 거대하다. 전부 색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는 방들은 연신 감탄사를 뱉어내게 했다.

현재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쓰이는데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한다. 소장품만 해도 수만점이어서 모두 다 보려면 4,5년이 걸린다나??

표트르대제 이후 꾸준히 유럽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예카테리나2세 등 문화에 조예가 깊었던(나쁘게 말하면 사치스러웠던) 황제들 덕에 러시아는 현재 이렇게 많은 유럽 미술품을 소유하게 됐다. 아직 러시아 농민들이 농노제와 가난에서 못 벗어나고 있을 때 거액의 돈을 들여 유럽 예술품을 구입했던 그들 황제 덕에 지금 러시아는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이 곳에는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서유럽 미술 대가들의 작품이 대다수 있다. 특히, 렘브란트의 컬렉션은 본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렘브란트의 걸작 '돌아온 탕자'도 여기서 직접 볼 수 있었다.
또 그밖에 고흐, 고갱, 피카소, 마티스의 유명한 작품들도 꽤 많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마티스의 그 유명한 '춤'과 '붉은 탁자'를 본 것이었다.  

<렘브란트의 성스러운 그림 '돌아온 탕자'>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용서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있는데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서울구치소의 천주교 종교실에 걸린 그림으로 언급되고 있다. 큰 죄를 지었음에도 그 어떤 이유를 묻지 않고 무조건적인 용서를 내리는 그림의 메시지가 그 공간과 어울리기 때문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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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의 '붉은 탁자'>
앙리 마티스의 '붉은 탁자'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이 작품을 마주한 것은 보물을 발견한마냥 더욱 감동적이었다. 화보로만 보다가 직접 보니 당장 훔쳐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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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록색과 흰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에르미타주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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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강 건너편에서 본 에르미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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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 앞의 궁전 광장. 중앙의 저 높은 기둥은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승리하기 위한 기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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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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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성당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처럼 원주가 반원형으로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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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사원
서유럽풍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볼 수 있었던 러시아 스타일의 건축물. 모스크바의 바실리 사원같은 양파 모양의 돔과 화려한 색깔의 모자이크는 너무 아름다웠다. 또 무척 현대적이었다. 또 바로 앞에는 운하가 있어서 더욱 이국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이날 이 곳에 갔을 때 날씨가 별로 안 좋아 사진에서는 그 아름다운 색깔이 잘 나오지 못했다. 물론, 나는 이런 잿빛 러시아 날씨를 무척 좋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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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재가 났다고 크게 국제면을 장식했던 바로 그 성당. 불 탄 꼭대기에 돔이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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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현대식 빌딩이 없는 상트페레트부르크에서 어디서나 보이는 금탑. 구해군성 건물 안 이 도금된 첨탑은 70m에 달한다. 카메라에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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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외출의 유혹 l 2006/10/1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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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하얀칠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습니다...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에 감사.

    2006/10/16 00:40
  2. BlogIcon wan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의 궁전이 눈에 띕니다. 다른 건축물은 여느 유럽식 건축물과 비슷하지만 피의 궁전은 러시아 건축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6/10/16 16:05
  3. 몰로도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자료 좀 사용해도 될까요??

    2007/04/07 10:37



국립중앙박물관이 드디어 개관했습니다. 북한에서 온 북관대첩비나, 경천사십층석탑, 신라 금관과 허리띠, 금동반가사유상 등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여기에는 또 기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 외에 개관 기념으로 다른 박물관이나 개인에게 빌려온 진귀한 문화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곳에 흩어져 있던 국보급 문화재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은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손창근 소장의 추사의 '세한도'(국보 제180호), 또 해남 윤씨 고택에 전해져 오는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입니다.

개관 전인 19일 미리 갔던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았을 때, 백자와 청자 등 아름다운 곡선과 빛깔을 뽐내는 도자기들, 우아한 자태의 금동반가사유상 등과 함께 제 시선을 확 끌었던 것은 바로 이 윤두서의 자화상(38.5x20.5cm)이었습니다!
(추사의 '세한도'도 직접 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아직 전시를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세한도'를 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옆의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기자로서 박물관 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감동을 위해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책으로만 보던 그 유명한 윤두서의 자화상을 직접 본 것은 놀랍고 감동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책을 통해서도 그 생생한 필치를 느낄 수 있지만, '오리지널'이란 것은 그 '이름값'만큼 특별하고 진귀한 것입니다.

현대미술작가들 중에는 '명품'의 '오리지널'이라는 가치와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똑같은 것을 복제하기도 하고, 마르셀 뒤샹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넣고 '그녀의 엉덩이는 뜨거웠다'라는 말장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과 '전통'에 대한 조롱이자 도전으로 그 또한 미술사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똑같다 하더라도, 빤질빤질한 하얀 종이 위에 있는 그림을 보는 것과, 수백년 전 작가가 지금 내눈에 보이는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작가와 교감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집니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좀더 자세히 볼까요?

자화상이 훌륭한 작품, 걸작이 되려면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걸작으로 불리는 자화상은 화가들이 자신의 겉모습을 그대로 잘 그린 그림이라기 보다는 화가의 개인적 또는 작가적 내면 세계를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한국미술사에서 문인주의 화풍은 문인들이 수묵과 엷은 채색을 써서 내면 세계를 표출하며, 형식보다는 내용과 정신에 치중한 그림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이 윤두서와 추사 김정희 등이 있습니다.

윤두서(1668~1715)는 화가이자 당대의 지식인이자 학자로 문인화가의 자의식을 가진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이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영혼을 깊이 들여다본 결과물입니다.

섬세한 얼굴표정과 수염들,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정면을 곧바로 쳐다보는 눈빛과 다문 입, 전체적인 얼굴 표정에서 우리들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한 인간의 내면을 보게 됩니다. 또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선비로서의 곧은 의지도 보입니다.

정신이 깨어있는 한 인간의 얼굴이자 곧은 선비정신을 지니고자 한 화가의 내면이 잘 드러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윤두서가 있다면, 서양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수십점의 자화상을 그린 '자화상의 화가'입니다.

렘브란트(1606-1669)는 생애 한 평생을 인간을 추구하고 영혼의 깊이를 찾아내는데 자기의 예술을 완성시킨 작가입니다. 그는 정신과 영혼을 응시하며 이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데 작가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빛과 어둠이 역동적으로 나타나는 바로크적 요소와 함께 성스러운 르네상스적 요소가 함께 존재합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가운데 말기쯤에 속하는 이 작품에도 역시 화가의 영혼과 내면이 살아 있습니다. 젊은 시절 자화상은 밝고 꿈많은 이미지가 보이지만, 말년의 자화상에는 좀더 내면에 집중한 결과로 고뇌와 진지함이 더욱 묻어납니다. 늙고 고뇌에 찬 모습이지만 화가로서의 자의식과 의지가 보이는 듯합니다.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세속적 성공을 거뒀지만, 후기로 갈수록 대중의 인기와 상관없이 내면적인 것, 종교적인 것을 그리며 가난하게 살아가다 쓸쓸히 죽습니다. 하지만 그의 걸작 등은 이 가난한 시기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몇백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자화상은 보는 이들에게 예술적 감동과 함께 곧은 의지를 가지라고 하는 내면의 가르침도 함께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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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예술의 발견 l 2005/10/3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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