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파티드>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뭐라 하기는 좀 그렇지만, 국내에서 개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원작인 <무간도>에 못 미친다, 별로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국내보다는 덜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대체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평론가나 팬들은 영화 <디파티드>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최고 영화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6번 후보 지명 끝에 마침내 오스카상을 거머쥔 이 노장에 대해 대놓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체적인 반응은 "드디어 그가 받았구나"라는 축하 세례다. 만약 이번에도 스코세이지 감독이 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는 또다시 '오스카 운이 지지리도 없는 감독', '7번이나 후보에 올라놓고 상 못 받은 감독'이라는 불명예 겸 동정을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환하게 웃으며 오스카를 치들었다. 어찌 보면, 이번의 경우도 과거의 '아카데미 법칙'이 적용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상이란 게 반드시 제때에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법칙.
많은 영화 평론가들과 팬들은 1981년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Raging Bull>이 로버트 레드포드의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에 밀려 감독상을 받지 못했을 때, 또 1991년 <좋은 친구들Goodfellas>이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에 졌을 때 '아카데미 범죄'라고 불렀다.
따라서 스코세이지에 대한 아카데미의 과거 '미안함'이 이번 수상에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오스카 상이 당시 영화에 적용된다기 보다는 이제까지의 업적을 치하하는 '평생공로상'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한 평론가는 "스코세이지의 이번 수상은 다른 업적에 대한 성과다. <디파티드>는 <분노의 주먹>과 같은 레벨이 아니며 스코세이지의 영화 중 가장 별로다"라고 말했다.
알프레드 히치콕과 로버트 알트만 감독 역시 작품 하나로 아카데미 상을 받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뒤늦게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히치콕은 1968년, 알트만은 작년에. 아카데미의 뒤늦은 '선물'인 셈이다.
또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알 파치노는 <대부> 등으로 연기상에 7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번도 상을 받지 못하다가 1993년 <여인의 향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코세이지 감독처럼 받아야 할 때 못 받고 뒤늦게 받는 경우도 있지만 받아야 할 때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받는 경우도 있다. 니콜 키드먼은 <디 아워즈>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비로소 슈퍼스타가 됐으며, 러셀 크로는 <글레디에이터>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호주 출신 배우에서 본격적인 할리우드 스타가 됐다.
여우주연상을 네 번이나 탄 여배우 캐서린 헵번의 다음과 같은 말은 아카데미의 이러한 '법칙'을 뒷받침해준다. 오드리 햅번이 <마이 페어 레이디>로 기대했던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때 캐서린 햅번은 오드리 햅번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이번에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언젠가 기대도 안한 영화로 상을 받게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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