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발표된 2006년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재미’보다는 ‘심각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올랐다.
미국 영화 산업의 최고 권위의 상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의 영화 모두 성(性)과 인종 등 사회· 정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 개인의 인간 승리를 다룬 휴머니즘 이야기나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 블록버스터 등은 찾아 볼 수 없다.
우선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 최다 후보작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 게이 카우보이 이야기로 미국 내에서도 민감한 주제인 동성애를 다뤘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 오스카 최다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카데미 투표자들이 과연 동성애 주제의 작품상을 안겨줄지는 미지수다.
또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크래쉬’는 LA를 배경으로 미국 내 다양한 인종갈등의 문제를 예리하게 다뤘다. 역시 6개 후보에 오른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 나잇 앤 굿 럭’은 1950년대 매카시즘을 공격하는 방송국 앵커 에드워드 R. 머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카포티’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극작가 트루먼 카포티를 주인공으로 작품과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는 윤리 주제를 다뤘으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살해당한 자국 선수들의 복수를 위해 팔레스타인 인물을 암살하는 이스라엘 비밀 조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밖에 조지 클루니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려놓은 ‘시리아나’는 석유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동간의 정치적인 문제를 다뤘다.
이 같은 경향은 미국 밖의 작품을 평가하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우리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후보 선정에 실패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아쉬움을 준 외국어영화상에 팔레스타인 영화가 처음으로 후보작에 올랐다. 하미 아부 아사드 감독의 ‘천국을 향하여’는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또 다른 후보작인 독일의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나치 독일에 저항 운동을 펼쳤던 젊은 여인 소피 숄의 이야기를, 프랑스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1차 대전 중인 1914년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전쟁중이던 군인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잠시 휴전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토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이후 폭력과 에이즈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9.11 테러와 이라크 침략 등을 계기로 관객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적 의식이 생겼다”며 “이제 영화에서 재미만을 찾지 않는다”고 평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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