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22]
세간에 화제를 낳고 있는 리움(Leeum) 미술관. ‘삼성미술관’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함께 관람 예약제를 시행하는 등 관람객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어 지난 10월19일 일반에게 공개한 뒤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잡은 리움미술관은 한국의 국보급 전통 미술과 근현대미술, 세계적인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이러한 내부 콘텐츠 외에도 세계적 건축가들이 지어낸 미술관 건축물은 리움미술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미술관 건축은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의 작품이며, 내부 미술품뿐만 아니라 건축 자체도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러한 시도는 한국 미술관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도 들린다. 전통적 예술과 현대적 건축의 만남은 하나의 명품 미술관을 만들어냈다.
미술관은 크게 부지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전체를 조망하고 있는 ‘뮤지엄1(고미술관)’, 경사면의 대지를 타고 상승하는 ‘뮤지엄2(현대미술관)’, 대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의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각 건축물은 건축가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재료와 혁신적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마리오 보타는 흙과 불을 상징하는 테라코타 타일로 한국 도자기를 빗대 고미술관의 견고함을 형상화했다. 장 누벨은 세계 최초로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사용해 현대 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했다. 렘 쿨하스 역시 최초로 시도된 재료인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미래적인 건축 공간을 구현했다.
리움미술관은 또 첨단 미술관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시가이드’(PDA)는 리움미술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관람객이 감상하는 작품마다 자동감지 시스템에 의해 해당 작품에 대한 정보가 화면과 헤드폰을 통해 자동으로 제공된다.
당초 하루 관람객을 100명으로 제한했던 미술관측은 11월에는 200명으로 늘린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300명으로 다시 늘렸다. 이와 함께 일반인들의 관람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예약제를 도입하고 관람시간도 1시간 연장했다.
미술관은 내년 초까지 무료로 운영되는데 올해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이며 내년에 유료로 전환한 이후에도 예약제는 계속될 예정이다. 따라서 지금 서둘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예약은 물론이고 돈까지 지불하며 관람해야 한다.
‘하늘의 별따기’로 표현되는 리움미술관 구경.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이 ‘콧대 높은’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보자.
#1. 고려 금동대탑등 한국미술품의 세계로
가장 높게 위치해 미술관의 대표 건물격인 ‘뮤지엄1’의 직육면체와 역원추형 형태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이 건축물의 단순하면서 견고한 형태는 전통 고미술품의 가치를 잘 드러낸다. 설계자인 마리오 보타는 한국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외벽을 흙과 불로 만들어지는 테라코타 벽돌로 처리했다. 미술관 건축이 과거에 종교건축이 했던 역할, 즉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한 마리오 보타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유감없이 형상화한 셈이다.
내부적으로 보면 직육면체 건물이 전시실 역할을 하며 둥근 건물은 원형 홀 공간(로툰다)으로 층과 층을 연결하는 계단통로가 된다. 천장의 둥근 창문을 통해 자연광은 지하의 로비까지 전달된다. 어두운 전시장 내부와 밝고 환한 연결 통로는 흑백의 대비와 조화를 만들어낸다. 마리오 보타는 이에 대해 “관람객들이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는 작품에만 집중하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는 원형 통로에서는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각 유물은 전시장 안의 벽면과 천장에 고정돼 있는 독립 케이스 안에 담겨 있다. 이 독립장 안에 따로 보관된 유물들은 각자의 조명을 받으며 오랜 세월의 자태를 맘껏 뽐낸다. 수려한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전시 방법이 작품 하나하나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든다는 느낌이다.
이곳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도자기, 불화, 금속공예품, 서예 등을 총망라한 시대별 대표작 12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국보 36점과 보물 96점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수준작들이다. 지금까지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소장품들이 리움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4층 청자, 3층 분청사기와 백자, 2층 고서화, 1층 불교 미술과 금속 공예 순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국보 133호)를 비롯해 ‘청화백자 매죽문호’(국보 219호), 고려 불화인 ‘아미타삼존도’(국보 218호), 고려의 ‘금동대탑’(국보 213호) 등이 있다.
#2. 백남준·김환기… 국내의 근현대작품 만나볼까
워낙 귀중한 유물이다 보니 미술관측의 관리도 철저하다. 어느 관람객이 작품이 있는 유리벽에 손을 대자 비상벨이 울리면서 출입문이 닫히고 금세 경비원이 달려왔다. 미술관측은 “이런 관리가 관람객에게는 너무 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술품이 만에 하나 도난당하거나 파손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움푹 팬 대지 속에서 온전히 검은 색으로 육중한 바위처럼 형상화된 ‘뮤지엄2’ 건축물은 대지 위로 솟아오른 나무들과 함께 계속 생성되고 있는 현대 예술을 상징하고 있다. 검은색의 녹슨 스테인리스 스틸은 현대적인 세련된 느낌과 함께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또 사이사이의 투명 유리는 자유롭게 배치된 전시 박스들과 함께 독특한 건축물, 새로운 모습의 미술관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장 누벨은 현대적이며 미래를 향한 도시적 감성을 표현해 온 건축가이다. 유리, 철 등의 차가운 재료를 즐겨 사용해 예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창출하는 장 누벨의 능력은 뮤지엄2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에 녹을 슬게 한다는 역설적 발상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고미술관인 뮤지엄1의 전시실이 작품에 집중하도록 폐쇄된 공간이었다면, 현대미술관인 뮤지엄2는 바깥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유리 벽면을 통해 가깝게는 뜰의 돌과 나무, 멀게는 서울 도시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미술관 내부와 조화를 이룬다.
뮤지엄2에서는 국내외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미술가는 물론 동시대 작가인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 등과 서도호, 이불 등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이와 함께 1945년 이후 세계 미술계를 이끌었던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인 도널드 저드,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과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마흔 다섯개의 금빛 마릴린’을 비롯해 요셉 보이스,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작품들, 그리고 매튜 바니, 데미언 허스트 등 동시대 작가의 최근작도 감상할 수 있다. 뮤지엄1에서의 우아하고 경건하기조차 했던 분위기는 이곳에서 180도 바뀌어 현대 미술의 파격적이고 발칙한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3. 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는 어린이 미술감상 가이드 제공
미술관 입구에 자리한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역시 미술관 로비에서 연결 통로로 갈 수 있으며 어린이 교육 및 복지 관련 사업을 맡는다. 이곳의 아동전시실에서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미술 감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오늘날 도시 건축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건축가 렘 쿨하스가 이 건축을 설계했으며 그는 리움미술관 전체를 연출했다.
이 건물은 대지의 경계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유리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건물의 하이라이트는 유리 벽 안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채 진동하고 있는 미래의 공간, ‘블랙박스’다. 블랙박스는 건물 내에서도 완전한 독립 공간을 이룬다. 블랙박스는 이름 그대로 빛이 들어가지 않고 인공적 조작과 통제가 가능한 공간으로, 회화, 조각뿐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3∼4회의 다양한 기획전과 주제전, 해외교류전이 선보일 예정이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관람시간=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교통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도보로 5분 ●지선버스 0014, 0015, 간선버스 110번 이용 한강진역 하차 후 도보로 5분 ●자가용은 한강진역 앞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관람 예약=전화 예약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만 가능하다. 02) 2014-6901 인터넷 예약은 지난 10일부터 홈페이지(www.leeum.org)를 통해 시작됐다. 예약 가능일자는 예약 당일로부터 2주 이내에서 가능하며 예약 가능 인원은 본인 포함 4명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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