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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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12 바람피기 좋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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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멈추어다오"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은 추억의 노래 이지연의 이 노래로 시작하고 이 노래로 끝맺는다. 어느 화창한 날 두 유부녀의 일탈. 바람은 담배나 초콜릿처럼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남편과 경찰로부터 현장을 들켰어도 아슬아슬하게 007작전을 하면서까지 만나고 싶은 거다. 또 목발을 짚고 걷기 힘들어도 힘들게 걸어나가 만나고 싶은 거다.  

두 주부가 채팅을 통해 남자를 만난다. 30대 미시 주부 김혜수는 새파랗게 어린 대학생 이민기를, 너무 빨리 결혼해 여덟살짜리 애가 있는 소녀같은 20대 아줌마 윤진서는 여느 보통의 총각 직장인을 만난다. 까페에서 만난 이들은 벌건 대낮 모텔에 들어간다.  

관능적인 김혜수와 혈기왕성한 이민기는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하게 거침없는 섹스를 한다. (이들은 영화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와 봉태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나서는 맛있게 밥을 먹고 아기자기하게 데이트를 즐긴다. 섹시한 30대 언니와 "누님 제가 즐겁게 해드릴게요"라며 충성(?)을 바치는 20대 대학생은 잘 어울려 보이기까지 한다.

순수한 소녀같은 윤진서는 단순히 육체적 관계보다는 정서적 교감을 원한다. 무조건 달려드는 이종혁에게 대화를, 이야기를 요구한다. 몸과 체온을 나누면 마음까지 주게 되는 여느 여자들처럼 윤진서도 그를 섹스 파트너 그 이상, '연인'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집에 있다가도 그가 부르면 꽃단장을 하고 달려나가고, 그의 직장에 찾아가고, 그에게 넥타이를 선물한다. 어떤 때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를 유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한번만"이라는 애원은 결코 그녀가 원하는 방식의 애정이 아니었다.

영화는 이 두 유부녀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또 이들의 남편이 최악은 아니지만, 너무 일에 빠졌다거나 또는 예전에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다는 내용을 들어, 약간은 이들의 바람기를 정당화시킨다. 게다가 상대 남자들이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라는 점은 그녀들이 온전히 자신들의 욕망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죄의식 없는 이 여성들에게 굳이 '죄'의 대가를 치르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불륜 여성의 욕망, 불안함, 그리고 최악의 파멸까지 전부 보여줬던 <해피엔드>나 <언페이스풀>처럼 불륜의 어두운 측면을 다루지 않기에 <바람피기 좋은 날>은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 무엇보다 이들 영화보다 덜 에로틱하고 덜 야하다. 아무리 코미디 측면이 강한 영화라지만 여성의 은밀한 욕망, 치명적 유혹, 어두운 쾌락을 잘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 또 이들은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와 윤여정처럼 공허한 남편에게 대놓고 '아웃'을 선언하거나 탈출을 감행하지도 않는다.  

<바람피기 좋은 날>의 두 여성은 어쨌든 일상으로 돌아온다. 파국을 맞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등 이들은 잃은 것도, 얻는 것도 없이 제자리에 그대로 머문다. 그들의 바람은 그저 한 번 불었다 사라진 '바람'일 뿐. 결국, 그 '바람'을 통해 이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잠깐의 쾌락? 추억? 아니면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친구? 영화 마지막엔 결국 두 남자는 떠나고 두 여자만이 남는다. 불륜의 추억을 공유한 두 여성의 연대감은 너무 생뚱맞다.  

윤진서가 환자복을 입은 채 모텔을 나서는 후반 장면에서 세찬 바람이 분다. 영화 <언페이스풀>에서 다이안 레인이 프랑스 남자를 처음 만난,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 바로 그날처럼. 외국 영화이기 때문에 '바람wind'이 'cheat'은 아니지만, 어쨌든, 바람이 세게 부는 날 다이안 레인의 불륜이 시작됐다. 반대로 윤진서는 바람을 끝낸 뒤 바람을 헤치고 모텔을 나선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서며 걷던 그녀는 속으로 "바람아 멈추어다오"라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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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02/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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