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들뻘 되는 남자를 탐하는 중년 여성, 그리고 돈으로 남자를 사는 여자. 최근 개봉하는 영화에 여성과 남성의 권력 관계가 역전되고 있다.

나이 차이가 큰 남녀 가운데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늙은 여자와 젊은 남자의 사랑은 특이한 사례다. 그동안 TV나 영화에 주로 등장했던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은 누나·동생뻘이나 많게는 띠동갑 정도였지만,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들은 단순히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뛰어넘어 딸의 남자 친구와 관계를 맺는 등의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숙 주연의 영화 ‘경축! 우리 사랑’은 50대 아줌마와 그의 사위가 될 뻔한 남자의 사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숙집과 노래방을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영위하던 50대 주부 봉순(김해숙)은 하숙생이자 딸의 남자 친구인 구상(김영민)과 사랑에 빠진다. 봉순은 술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구상을 들쳐업은 데 이어 그를 덮친다. 이후 구상의 아이를 임신한 봉순은 남편과 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증거’인 아이를 낳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이룬다.

또 지난 3월 개봉했던 ‘동거, 동락’ 역시 중년 여성의 성적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며 ‘경축! 우리 사랑’과 비슷한 설정을 보였다. 20대 딸을 두고 있는 50대 정임(김청)은 젊은 호스트와 하룻밤을 보내는데, 알고 보니 그가 바로 딸의 남자 친구였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흑심모녀’는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3대 모녀가 한 남자를 탐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다. 김수미 심혜진 이다혜가 세 모녀로 분해 꽃미남 청년 준(이상우)을 두고 로맨스를 펼친다.

인간관계에 있어 나이를 중시하고 여성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기를 꺼렸던 한국 사회에서 이들 영화들은 ‘사랑 가능한’ 여성의 나이를 넓히고 여성의 욕망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나이뿐이 아니다. 남녀 관계에선 경제력 역시 남자가 우위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젊고 예쁜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애인으로 두고 온갖 명품을 소비하는 장면은 쉽게 연상이 되지만, 그 반대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프랑스산 로맨틱코미디 영화 ‘프라이스리스’는 두 가지 사례를 모두 보여준다. 이렌(오드리 토투)은 나이 든 백만장자 남자를 유혹해 살아가는 소위 ‘꽃뱀’ 같은 여자다. 이렌을 사랑하는 호텔 웨이터 장(게드 엘마레) 역시 고급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부유한 노년 여성에게 ‘간택’된다. 장은 이렌으로부터 ‘작업’ 비법을 전수받고, 부인과 함께 지내는 대가로 그는 값비싼 명품 시계, 옷, 오토바이 등을 선물로 받는다.

윤계상·하정우 주연의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강남 호스트바의 세계를 그렸다. 남성 접대부인 주인공들은 여성 고객을 상대로 술과 웃음을 판다. 영화에는 소위 ‘공사’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남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공사’란 호스트들이 여자 손님을 유혹해 돈을 얻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여자를 지배하려는 마초적 습성을 지녔으면서도, 물질적으로는 여자에 기대 동거와 애정의 대가로 돈을 빼내는 천박한 물신주의를 드러낸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가부장제에서 몸을 팔아서는 안 되는 남자들이 여자들처럼 몸을 팔기 시작했다”며 “팜므파탈이 아니라 옴므파탈이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 ‘싱글즈’나 ‘밀애’의 여성들은 가부장제가 너무 견고해 이혼이나 미혼모를 선택하는 등 가부장제를 탈출해버렸다면, 최근 영화 속에선 가부장제가 여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 가부장제가 용인할 수 없는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가부장제의 균열을 드러내는 것” 이라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5/09 20:02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993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화려하다.’

 하정우와 윤계상을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이 같은 카피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두 명의 꽃미남 배우들이 청담동 호스트로 분해 셔츠를 열어젖힌 채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사치스럽고 질펀하게 유흥을 즐기는 게 직업인 이들의 세계는 섹시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보일 듯하다. 하지만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군대 속 불우한 청춘들을 담아냈던 윤종빈 감독이 그린 ‘청담동 호스트’의 세계는 지독히도 구질구질하다. 겉으로만 쿨하고 폼날 뿐 속을 들여다보면 돈과 치정, 거짓말과 사기가 얽힌 말 그대로 어두운 밑바닥 세계다.

 영화의 공간은 대한민국 욕망의 집결지인 강남이다. 아파트와 빌딩 숲 사이로 권력과 부를 향한 욕망이 낮세계를 지배한다면, 밤에는 곳곳에 숨어있는 유흥주점을 통해 노골적이고 말초적인 욕망이 분출된다. ‘강남’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고급’으로 포장되지만, 동시에 자본주의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최적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청담동의 한 호스트바. 마담 격인 재현(하정우)은 여성 손님과 가게의 호스트를 연결시켜주는 일명 PD(파트너 디렉터)다. 그는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인물로, 이미 이 세계에 발을 깊숙이 담고 있다. 그는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도박을 즐기고, 여자를 속여 돈을 뜯어내는 등 비겁하고 뻔뻔한 캐릭터다. 반면, 에이스 호스트인 승우(윤계상)는 집이 망해버린 바람에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잠시 하고 있다고 ‘믿는’ 신참내기다. 호스트바의 손님들은 대부분 유흥업소 여성들이다. 승우는 손님으로 만난 지원(윤진서)과 서로 호감을 가져, 두 사람은 동거까지 하게 된다. 카리스마를 벗고 ‘찌질남’ 연기를 선보이는 하정우는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조금씩 변해가고 파멸해가는 윤계상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영화는 얕은 수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능글능글한 호스트(재현)와 점차 꿈을 잃고 정신적으로 파멸해가는 신참 호스트(승우)의 이야기를 나란히 병치시킨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골고루 분배되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캐릭터인 재현의 이야기는 자꾸 반복되는 느낌이고, 승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근거가 부족해 당위성을 잃는다. 영화는 디테일하게 묘사한 호스트의 밤문화를 보여준 도입부를 넘어서부터 길을 잃고 헤맨다. 그토록 쿨했던 승우가 한 여자에게 집착을 넘어 마초적으로 변하는 과정은 설득력 없고 너무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믿었던 한 평범한 청춘이 파국을 맞는 과정에 중심 무게를 두었더라면 적어도 드라마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비록 그게 과거 호스티스영화의 진부한 서사일지라도, 여자가 남자로 대체되는 설정만으로도 구별되는 특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호스트의 인생은 여느 호스티스 이야기처럼 정신적·도덕적 타락밖에 없는 듯하다. 체제에 순응해(?) 남을 이용해 먹고살거나, 그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해 자기 자신을 극도의 파국으로 몰고 가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5/01 00:04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98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86)
세상 속으로 (129)
영화 & TV (537)
여자로 살기 (20)
멋쟁이 그녀 (39)
책은 나의힘 (15)
예술의 발견 (17)
외출의 유혹 (29)

달력

«   2008/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