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 지구에서 건져올린 작은 희망...

장난감, 몬스터, 바다 속 물고기, 요리하는 쥐가 앙증맞게 헤집고 다녔던 픽사의 전작들에 비하면 ‘월·E’는 서정적이고 철학적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 가장 교훈적이면서 인문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겁거나 심오한 메시지를 다뤘다는 뜻이 아니라 환경문제, 미래의 디스토피아 등을 넌지시 드러냈을 뿐이다. 물론 아기자기한 로맨스와 경쾌한 모험도 들어 있다. 영화는 수줍은 첫사랑을 담아냈고, 또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월·E는 지구에 홀로 남은 최후의 로봇이다. 대형마트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업적 이름답게 이 로봇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대량생산된 로봇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이 모두 떠난 지구에서 월·E는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폐기물을 수거 처리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런 월·E에게도 삶의 낙이 있다면, 라이터·포크 등 폐기물 중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 을 집에 수집해 놓는 것이다. 또 ‘헬로 돌리’ 비디오를 보며 춤추는 남녀를 동경하고 두 남녀가 손잡는 행위를 보며 자신 또한 누군가와 손잡기를 꿈꾼다.

이렇게 오로지 혼자,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던 월·E 앞에 어느 날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난다. 월·E가 카세트 라디오 같은 고철 로봇이라면 이브는 흰색의 날씬한 몸매에 첨단기능을 보유한 아이팟 같은 로봇이다. 월·E는 모처럼의 타인이자 여성적 느낌의 로봇인 이브에게 반한다. 하지만 이브는 지구에서 초록식물을 발견하는 임무를 마치자마자 우주로 떠난다. 이제 더 이상 혼자이기 싫은 월·E는 자신의 임무를 내버린 채 이브를 뒤쫓아 우주로 떠난다. 이는 기계가 생명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월·E나 이브는 여타 애니메이션 속 장난감이나 동물들처럼 과장스럽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계음으로 한두 마디 정도만 할 뿐이다. 따라서 로봇만이 머무는 고요한 지구의 모습을 담은 초반 30분은 존재의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따뜻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편의 시와 같다. 또 철저히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들이 오밀조밀한 기계 손을 부끄러운 듯이 서로에게 내미는 장면은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 온기가 느껴지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월·E’ 속 인류의 미래는 평온하지만 암울하다. 지구는 쓰레기더미가 많아져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 거대 다국적기업 바이앤라지(BUY n LARGE)사는 호화 우주선 액시엄을 만들어 인간을 태운다. 지구에 식물이 살고 이를 탐사로봇이 발견하게 될 때까지 인간은 이 우주선에서 700년을 살았다. 우주선 속 인류 사회는 유토피아를 넘어 디스토피아다. 인간은 부유하는 의자에만 앉아 있고 눈앞에 떠 있는 화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로봇의 시중을 받으며 산다. 인간은 겉으로는 로봇을 거느리고 살지만 사실은 로봇과 컴퓨터가 구축해 놓은 우주선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제 힘으로 걸어본 적 없는 인간의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삶이 프로그래밍화돼 있고,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은 아널드 헉슬리의 끔찍한 ‘멋진 신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지구, 환경, 인간성, 기계에 지배되는 삶 등의 화두를 꺼내 놓은 뒤 결국엔 인간과 기계가 지구에서 공존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월·E는 이브를 향한 순정을 바탕으로 결국 인간을 구원하게 된다.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들을 ‘고향’인 지구로 이끌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만드는 건 이 작은 로봇이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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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PIXAR의 유쾌한(?) 묵시록... 월·E(Wall·E)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삭제영화 모임까지 준비하면서 기다려왔던 월·E(Wall·E)를 지난 주말 드디어 극장에서 만나고 왔다. 다크 나이트와 놈놈놈 등 흥행작 사이에 끼여 제대로 상영관도 잡지 못한 그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2008/08/05 - 널 만나는게 왜 이리 힘든 거니...ㅡㅜ 월-E야~~ 그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미국보다 한참이나 늦게 개봉한 월·E와의 만남은 긴 기다림을 보상해주기라도 한 것처럼 감격 그 자체였다.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런 캐..
2008/08/13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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