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의 책 중 가장 처음 읽은 건 몇년 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다. 광기, 사랑, 자살 등의 소재가 매혹적이었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서 읽은 건 ‘11분’.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된다’, ‘여행갈 때마다 가져간다’ 등의 광고 문구에 넘어가 나도 여행갈 때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연금술사’를 사서 읽었다. 그의 소설을 단 세권 읽은 걸로 평가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째 점점 읽을수록 그게 그거같은 느낌이 들까. 사실 코엘료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연금술사’일텐데, 물론 나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뭐랄까 리얼리티보다는 신비로움, 영적인 힘에 더 의존하는 그의 작품이 소설로서는 그냥 그랬다.
코엘료는 ‘문학’ 작가라기보다는 에세이스트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은 게 그의 에세이집 ‘흐르는 강물처럼’.
이 책은 그가 겪거나 주위에서 접한 이야기, 여행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엮은 것이다. 수많은 나라를 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 노작가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인상적이다.
연필의 교훈.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연필에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어. 그걸 네 것으로 할 수 있다면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첫번째 특징은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네게 있음을 알려주는 거란다.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지. 그분은 언제나 너를 당신 뜻대로 인도하신단다.
두번째는 가끔은 쓰던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이야.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쓸 수 있지. 너도 그렇게 고통과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게야.
세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이란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지.
네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이라는 거야. 그러니 늘 네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렴.
마지막 다섯번째는 연필이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긴다는 걸 명심하렴.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란다.”
내가 사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삶일까?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나 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라고.
‘죽음을 기억하라.’ 16∼17세기 유럽의 ‘메멘토모리’는 삶의 허무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코엘료는 죽음을 인식함으로써 삶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죽음은 삶의 여정에서 중요한 동반자가 되어 항상 나와 함께하며 말한다. “나는 언젠가 당신을 데려갈 테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맘껏 삶을 누리시게.”
그러므로, 나는 매순간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할 일이나 경험할 수 있는 것-기쁜, 직업적 의무, 내가 상처입힌 누군가에게 사과하는 것 등-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죽음의 순간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그러니, 항상 그것을 의식하고 일분 일분에 감사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죽음에게도 감사해야 한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결단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으니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산 송장’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북돋우고, 우리가 늘 꿈꿔왔던 일들을 감행케 한다. 우리가 원하든 말든, 죽음의 사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순. 성공한 삶이란 최대한 모순을 줄이는 일일까.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모순이에요.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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