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산산조각나는 재앙의 스펙터클, 잘난 척 하는 인간을 벌하는 자연의 위대함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보고 싶었다. 영화 ‘2012’는 이 점은 충분히 충족시켜줬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 ‘투모로우’나 우리영화 ‘해운대’와는 비교도 안 될 스케일이었다.
당연하게도 우리 관객들은 가장 최근에 개봉한 우리 영화 ‘해운대’와 비교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운대’로서는 ‘2012’보다 먼저 개봉한 건 정말 큰 행운인 듯싶다. 화면에 펼쳐지는 재난 스펙터클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부산 앞바다에서 몇 시간동안 발생한 쓰나미와 지구의 전체 대륙이 움직이며 화산 폭발, 지진, 쓰나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스케일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평범했던 지구. 땅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뒤이어 땅은 크게 요동친다. 9.11 테러 때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진 것의 수천배, 수만배, 아니 그보다 더 이상되는 스케일로 거대한 빌딩이 주저앉고 무너진다. 또 화산은 불을 뿜어대고 강풍에 화산재를 날린다. 바다에서는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나 파괴된 도시를 다시 한번 집어삼킨다. 만약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영화 주인공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은 안전하게 있을 곳이 없다. 지하 벙커든 빌딩 옥상이든, 책상 밑이든 모두 끝장이다.
이같은 재난의 원인은 지구 내부의 열 폭발(?) 때문으로 설명된다. 우리가 예전 과학시간에서 배웠던 ‘대륙이동설’처럼 각 대륙의 조각은 움직이며 부딪히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과학시간에 대륙이동설이나 지진의 원리, 산맥이 생기는 과정, 공룡 멸망 등에 대해 배울 때 신기해했던 그 공상의 나래를 영화는 시각적으로 펼쳐보이는 셈이다. 지구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다. 그동안 온갖 재난영화에서 난공불락이었던 워싱턴DC의 백악관도 무너지고, 로마의 베드로 성당도 무너진다.(베드로 성당을 격하게 아끼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ㅠㅠ)
영화 중후반까지는 이같은 스케일에 압도돼 지구멸망의 화면을 보면서 ‘죽음’이란 것에 대해 잠시나마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공룡의 갑작스런 멸망을 떠올리면 인간에게 이같은 재난이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같은 일이 언젠가 인류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며 전율하는 것도 잠시... ‘가족애’로 똘똘 뭉친 주인공 가족은 너무나도 쉽게 위기를 잘 모면한다. --;; 지구 대재앙 스펙터클보다 사실 이게 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무진 자동차로 지진을 따돌리고(??), 또다시 캠핑카로 지진을 따돌리고(??), 고작 경비행기로 마구 쏟아지는 화산 불꽃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고(??), 또 그 경비행기로 사방에서 무너지는 빌딩 틈새를 피해간다. (지구 멸망에서 살아남기, 참 쉽죠∼)
또 후반부 ‘우주선’ 이야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필이었다. --;;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뷰티풀한 연설과, 주인공이 우주선의 중대한 기계적 결함을 해결한 뒤 짜잔 살아서 나타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박수치고 환호하는 뷰티풀한 장면은 지나치게 진부했다..;; 결국, 영화를 본 뒤 남는 건 "지구 박살쇼 잘 봤다~" 정도가 돼버렸다. --;;
그래도 ‘우주선’ 탑승에 관한 에피소드는 인간의 생명권과 지구 멸망에 관한 고급 정보가 부자와 권력자에게만 간다는 점에서 씁쓸했다. G8 선진국 정상(우리나라는 포함도 안 됐다. 앗, 그러고보니 2012년 12월은 청와대 주인이 바뀌는, 내가 가장 기다리고 있는 날 중 하나인데, 절대 이날 멸망하면 안돼∼!!)을 비롯해 세계적 부자들만 이같은 정보를 얻고 멸망에 대비할 수 있었다. 몇몇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대로 경제적 부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이 실제로 심해지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어쨌든, 영화를 본 후 내 결론은, 현재에 충실하자. 현재를 즐기자. 과거를 되새김질하지 말고 현재와, 지금 현재가 만들어나가는 미래에 집중하자고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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