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고철 로봇이
쓰레기더미 지구에서 건져올린 작은 희망...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에 이어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까?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디즈니 픽사의 상상력이 우주와 로봇에까지 미쳤다. 그냥 로봇이 아니라 황폐화된 지구에 홀로 남은 고철 로봇이다.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월·E’는 ‘만약 인류가 지구를 떠나며 최후에 남은 로봇을 끄는 걸 깜빡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장난감, 몬스터, 바다 속 물고기, 요리하는 쥐가 앙증맞게 헤집고 다녔던 픽사의 전작들에 비하면 ‘월·E’는 서정적이고 철학적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 가장 교훈적이면서 인문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겁거나 심오한 메시지를 다뤘다는 뜻이 아니라 환경문제, 미래의 디스토피아 등을 넌지시 드러냈을 뿐이다. 물론 아기자기한 로맨스와 경쾌한 모험도 들어 있다. 영화는 수줍은 첫사랑을 담아냈고, 또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월·E는 지구에 홀로 남은 최후의 로봇이다. 대형마트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업적 이름답게 이 로봇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대량생산된 로봇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이 모두 떠난 지구에서 월·E는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폐기물을 수거 처리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런 월·E에게도 삶의 낙이 있다면, 라이터·포크 등 폐기물 중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 을 집에 수집해 놓는 것이다. 또 ‘헬로 돌리’ 비디오를 보며 춤추는 남녀를 동경하고 두 남녀가 손잡는 행위를 보며 자신 또한 누군가와 손잡기를 꿈꾼다.

이렇게 오로지 혼자,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던 월·E 앞에 어느 날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난다. 월·E가 카세트 라디오 같은 고철 로봇이라면 이브는 흰색의 날씬한 몸매에 첨단기능을 보유한 아이팟 같은 로봇이다. 월·E는 모처럼의 타인이자 여성적 느낌의 로봇인 이브에게 반한다. 하지만 이브는 지구에서 초록식물을 발견하는 임무를 마치자마자 우주로 떠난다. 이제 더 이상 혼자이기 싫은 월·E는 자신의 임무를 내버린 채 이브를 뒤쫓아 우주로 떠난다. 이는 기계가 생명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월·E나 이브는 여타 애니메이션 속 장난감이나 동물들처럼 과장스럽게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계음으로 한두 마디 정도만 할 뿐이다. 따라서 로봇만이 머무는 고요한 지구의 모습을 담은 초반 30분은 존재의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따뜻함과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한 편의 시와 같다. 또 철저히 기계에 불과했던 로봇들이 오밀조밀한 기계 손을 부끄러운 듯이 서로에게 내미는 장면은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 온기가 느껴지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월·E’ 속 인류의 미래는 평온하지만 암울하다. 지구는 쓰레기더미가 많아져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 거대 다국적기업 바이앤라지(BUY n LARGE)사는 호화 우주선 액시엄을 만들어 인간을 태운다. 지구에 식물이 살고 이를 탐사로봇이 발견하게 될 때까지 인간은 이 우주선에서 700년을 살았다. 우주선 속 인류 사회는 유토피아를 넘어 디스토피아다. 인간은 부유하는 의자에만 앉아 있고 눈앞에 떠 있는 화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로봇의 시중을 받으며 산다. 인간은 겉으로는 로봇을 거느리고 살지만 사실은 로봇과 컴퓨터가 구축해 놓은 우주선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제 힘으로 걸어본 적 없는 인간의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삶이 프로그래밍화돼 있고,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은 아널드 헉슬리의 끔찍한 ‘멋진 신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지구, 환경, 인간성, 기계에 지배되는 삶 등의 화두를 꺼내 놓은 뒤 결국엔 인간과 기계가 지구에서 공존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월·E는 이브를 향한 순정을 바탕으로 결국 인간을 구원하게 된다.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들을 ‘고향’인 지구로 이끌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만드는 건 이 작은 로봇이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8/07 19:28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1074

  1. Subject: PIXAR의 유쾌한(?) 묵시록... 월·E(Wall·E)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삭제

    영화 모임까지 준비하면서 기다려왔던 월·E(Wall·E)를 지난 주말 드디어 극장에서 만나고 왔다. 다크 나이트와 놈놈놈 등 흥행작 사이에 끼여 제대로 상영관도 잡지 못한 그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2008/08/05 - 널 만나는게 왜 이리 힘든 거니...ㅡㅜ 월-E야~~ 그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미국보다 한참이나 늦게 개봉한 월·E와의 만남은 긴 기다림을 보상해주기라도 한 것처럼 감격 그 자체였다.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런 캐..

    2008/08/13 00:08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름방학을 맞아 극장가에도 애니메이션의 계절이 왔다. 이미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다. ‘쿵푸팬더’는 지금까지 관객 40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6월에 ‘쿵푸팬더’를 비롯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이 개봉했으며, 7~8월도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미국과 일본이 7월과 8월 각각 한 차례씩 맞붙는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침스’와 ‘월-E’는 제2의 ‘쿵푸팬더’를 꿈꾸고 있으며, ‘도라에몽’과 ‘케로로’ 극장판은 TV시리즈의 인기를 바탕으로 고정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조지 루카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스타워즈: 클론전쟁’도 9월 초 개봉 예정이라 성인팬들도 설레게 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

탄생 40년이 된 ‘도라에몽’은 일본의 대표 만화 캐릭터이다. 국내에도 1995년 만화잡지로 소개됐으며 2000년대엔 TV에서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송돼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도라에몽은 ‘진구’의 손자의 손자인 ‘장구’의 부탁을 받아 말썽꾸러기 초등생 진구를 돕기 위해 22세기에서 21세기로 오게 된 로봇이다. 마법 주머니에서 꺼내는 갖가지 4차원의 신기한 비밀도구는 ‘도라에몽’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이번 극장판은 ‘도라에몽’ 극장판의 27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도라에몽’ 극장판이다. 이번 극장판은 처음으로 여성 감독 테라모토 유키요와 작화 감독 가네코 시즈에가 참여해 더욱 부드럽고 섬세해졌다는 평가다. 전체관람가. 7월17일 개봉.


■스페이스 침스

‘쿵푸팬더’처럼 동물을 주인공으로 했다. 침팬지 요원들이 사라진 우주탐사기를 찾기 위해 펼치는 모험담을 그렸다. ‘슈렉’의 프로듀서 존 H 윌리엄스와 ‘맨 인 블랙’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이 참여했다. 침팬지 다섯 요원은 사라진 우주탐사기를 찾아오라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긴급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출동한다.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더빙판에 연예인들이 참가하는 추세를 따라, 이 영화에도 MC몽과 신봉선이 목소리 더빙에 참가했다. MC몽은 주인공인 햄 역을, 신봉선은 홍일점 침팬지인 루나 역을 맡았다. 전체관람가. 7월17일 개봉.

월-E

‘쿵푸팬더’를 만든 드림웍스의 경쟁자인 디즈니 픽사의 2008년 여름 공략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대성공을 거두었던 디즈니 픽사의 ‘라따뚜이’의 명성을 이을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6월27일 먼저 개봉한 미국 등지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서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T를 닮은 듯한 외모의 ‘월-E’는 지구 최후의 로봇으로 지구 폐기물을 수거, 처리하는 게 임무다. 지구에 홀로 남아 수백년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월-E는 호기심와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생겨버린다. 월-E는 매력적인 로봇 이브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함께 우주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도 찾아가게 된다. 전체관람가. 8월7일 개봉.

■케로로 더 무비: 케로로 VS 케로로 천공대결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극장판이다. 일본에서 1999년 처음 나왔으며, 2004년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케로로빵, 케로로 게임 등이 나올 정도로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선 인기 작품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지구를 침략하러 왔지만, 엉뚱한 작전은 모두 실패하기 일쑤다. 케로로는 한 가정의 가정부로 생활하면서 지구의 친구들과 지내게 되고, 만화와 인터넷을 하는 게 취미이다. ‘케로로’의 극장판은 지금까지 모두 세 편이 나왔으며, 이번에 개봉하는 극장판은 3편이다. 이번 시리즈에는 케로로의 강적 ‘최강 어둠의 케로로’가 등장해 케로로 대 케로로의 대결이 펼쳐진다. 전체관람가. 8월7일 개봉.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8/07/11 14:16

TRACKBACK :: http://kimjihee.com/trackback/104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798)
세상 속으로 (130)
영화 & TV (548)
여자로 살기 (20)
멋쟁이 그녀 (39)
책은 나의힘 (15)
예술의 발견 (17)
외출의 유혹 (29)

달력

«   2008/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get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