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드디어 개관했습니다. 북한에서 온 북관대첩비나, 경천사십층석탑, 신라 금관과 허리띠, 금동반가사유상 등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여기에는 또 기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 외에 개관 기념으로 다른 박물관이나 개인에게 빌려온 진귀한 문화재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곳에 흩어져 있던 국보급 문화재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은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손창근 소장의 추사의 '세한도'(국보 제180호), 또 해남 윤씨 고택에 전해져 오는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입니다.

(추사의 '세한도'도 직접 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아직 전시를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세한도'를 보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옆의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기자로서 박물관 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감동을 위해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책으로만 보던 그 유명한 윤두서의 자화상을 직접 본 것은 놀랍고 감동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책을 통해서도 그 생생한 필치를 느낄 수 있지만, '오리지널'이란 것은 그 '이름값'만큼 특별하고 진귀한 것입니다.
현대미술작가들 중에는 '명품'의 '오리지널'이라는 가치와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똑같은 것을 복제하기도 하고, 마르셀 뒤샹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넣고 '그녀의 엉덩이는 뜨거웠다'라는 말장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과 '전통'에 대한 조롱이자 도전으로 그 또한 미술사에 유명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똑같다 하더라도, 빤질빤질한 하얀 종이 위에 있는 그림을 보는 것과, 수백년 전 작가가 지금 내눈에 보이는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을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작가와 교감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집니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좀더 자세히 볼까요?

자화상이 훌륭한 작품, 걸작이 되려면 '잘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걸작으로 불리는 자화상은 화가들이 자신의 겉모습을 그대로 잘 그린 그림이라기 보다는 화가의 개인적 또는 작가적 내면 세계를 잘 드러낸 작품입니다.
한국미술사에서 문인주의 화풍은 문인들이 수묵과 엷은 채색을 써서 내면 세계를 표출하며, 형식보다는 내용과 정신에 치중한 그림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이 윤두서와 추사 김정희 등이 있습니다.
윤두서(1668~1715)는 화가이자 당대의 지식인이자 학자로 문인화가의 자의식을 가진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이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영혼을 깊이 들여다본 결과물입니다.
섬세한 얼굴표정과 수염들, 세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정면을 곧바로 쳐다보는 눈빛과 다문 입, 전체적인 얼굴 표정에서 우리들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한 인간의 내면을 보게 됩니다. 또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선비로서의 곧은 의지도 보입니다.
정신이 깨어있는 한 인간의 얼굴이자 곧은 선비정신을 지니고자 한 화가의 내면이 잘 드러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 윤두서가 있다면, 서양에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수십점의 자화상을 그린 '자화상의 화가'입니다.
렘브란트(1606-1669)는 생애 한 평생을 인간을 추구하고 영혼의 깊이를 찾아내는데 자기의 예술을 완성시킨 작가입니다. 그는 정신과 영혼을 응시하며 이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데 작가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빛과 어둠이 역동적으로 나타나는 바로크적 요소와 함께 성스러운 르네상스적 요소가 함께 존재합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가운데 말기쯤에 속하는 이 작품에도 역시 화가의 영혼과 내면이 살아 있습니다. 젊은 시절 자화상은 밝고 꿈많은 이미지가 보이지만, 말년의 자화상에는 좀더 내면에 집중한 결과로 고뇌와 진지함이 더욱 묻어납니다. 늙고 고뇌에 찬 모습이지만 화가로서의 자의식과 의지가 보이는 듯합니다.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세속적 성공을 거뒀지만, 후기로 갈수록 대중의 인기와 상관없이 내면적인 것, 종교적인 것을 그리며 가난하게 살아가다 쓸쓸히 죽습니다. 하지만 그의 걸작 등은 이 가난한 시기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몇백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자화상은 보는 이들에게 예술적 감동과 함께 곧은 의지를 가지라고 하는 내면의 가르침도 함께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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