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이 ‘엠’의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한 남자가 잊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간다는 정도가 되겠다. 젊은 천재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강동원)는 부유한 악혼녀 은혜(공효진)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소설이 잘 써지지 않아 예민해져 있는 그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소녀 미미(이연희)를 만난다. 미미는 민우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민우는 미미가 자신이 잊고 있었던 11년 전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꿈과 현실, 실제와 환상,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든다. 어둠과 빛의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화면은 신비롭고 현란하다. 이명세 감독은 과거 첫사랑의 기억에서는 수채화같이 초롱초롱 빛나는 영상을, 주인공이 혼란을 겪는 골목길, 재즈바, 작업실 등에서는 어둠과 빛을 이용한 세련되고 몽환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특히 이명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빛나는 어둠’이라는 모순처럼 보이는 콘셉트를 뿜어내는 데 주력했다. 땅 위는 어둠이지만 하늘은 밝은 르네 마그리트의 어느 그림처럼 이명세 감독 역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창조해냈다. 어두운 골목 안 하얀 안개라든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거리를 뒤덮는 가로수의 검은 그림자는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소설가인 민우는 ‘less poetic more specific’(덜 시적으로 더 구체적으로)이란 문구를 편집증적으로 타이핑하지만, 영화는 철저히 그 반대의 길을 걷는다. 소설의 구체적인 언어 대신 시적인 모호한 언어를 선택했다.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로 구성된 한 편의 시(詩)가 됐다. 서사를 내려 놓고 이미지만을 채운 영화가 시처럼 가슴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화 제목인 ‘엠’ 역시 영화의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을 모두 안고 있는 시적인 제목이다. ‘엠(M)’은 주인공 민우와 미미의 이니셜이자 민우의 기억(Memory)을 불러내는 뮤즈(Muse)이기도 하고, 또 영화의 장르로서 미스터리(Mystery) 멜로(Melo)이며, 한 편의 꿈(夢, dreaM)이다. 또 ‘영화는 서사보다는 보이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이명세 감독의 ‘영화(Movie)’이기도 하다.
영화 ‘엠’은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환상인지 무 자르듯 구분해내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다. 그저 화면이 제공하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눈으로 즐기면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 하지만 역시 정확한 플롯과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스토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불친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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