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소장했던 각종 예술품의 경매가 파리에서 23~25일 열린다. 과거 문화재를 약탈당한 중국과 약탈한 프랑스 사이에 긴장감도 팽팽하다..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1936∼2008)은 많은 패션 유산과 함께 세계적인 예술품까지 남겼다. 이 예술품들이 오는 23일 열리는 파리 경매에 나오면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매 주관사인 크리스티는 ‘세기의 경매’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술품은 이브 생 로랑과 그의 연인이자 사업 동반자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50여년간 수집한 것들이다. 23일부터 3일간 열리는 경매에는 모두 700여점의 작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이브 생 로랑 컬렉션은 종류와 시대도 다양하다. 피카소, 마티스 등 거장의 회화와 드로잉, 중국 조각 작품, 아트데코 가구 등을 망라한다.
이브 생 로랑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며 그와 평생을 함께 한 베르제는 “우리가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이 수집품들이 다른 이들에게 가기를 바란다”며 “아무 후회나 아쉬움도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경매 총 가격이 3억9000만달러(약 53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매 수익금은 생 로랑과 베르제가 세운 에이즈 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지난해 가을 경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매사들 역시 이번 이브 생 로랑의 컬렉션이 미술시장 하락세를 반전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브 생 로랑은 미술품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티는 마티스의 1911년 작 ‘장미꽃 무늬 식탁보 위의 꽃’(사진)도 생 로랑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 평가했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은 흰색과 파란색 병에 노란색 꽃이 풍성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색과 모티프 사이에 균형을 정의하는 작품으로, 이는 이브 생 로랑이 패션에서 해온 작업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경매는 중국에서도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중국 청나라 황제의 별궁인 원명원(圓明園)에서 유출된 십이지상인 쥐와 토끼 동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동상은 원래 원명원 해안당 앞 십이지 분수의 일부였지만 1860년 아편전쟁 당시 영국·프랑스에 약탈당해 유출됐다. 남은 10개 중 소, 원숭이, 호랑이, 돼지, 말 5점은 중국에서 보관 중이지만 남은 5개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정부 및 민간단체인 중화해외유출문물대책전문기금은 이 동상들이 약탈당한 문화재라며 소장자에게 반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게 됐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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