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의 Cool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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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0 궁녀 & 어깨너머의 연인 ★★☆


극장가가 모처럼 다양한 장르의 풍성한 상차림으로 가을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18일엔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의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해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 궁녀들의 감춰진 삶을 드러낸 ‘궁녀’와 현대 대도시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의 이야기 ‘어깨너머의 연인’을 만든 감독은 모두 여성이다. 두 영화는 감독과 주인공들이 여성이라는 점만 같을 뿐 소재, 장르, 스타일 등은 전혀 달라 골라보는 재미도 함께 선사한다.

같은 땅에 살았지만, 과거와 현대에 사는 여성들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은밀한 욕망을 숨긴 채 규율에 맞춰 살아야 했던 게 과거 여성이라면, 현대 여성은 자신의 욕구에 좀더 솔직하다. 하지만 두 시대 여성 모두 마음속 각자의 고민을 품고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는가 하면 또 현실에 순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 영화는 여성 감독들이 말하는 여성 이야기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진부함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신선한 시각 뒤로 어디선가 본 듯한 전형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 궁녀

‘궁녀’는 정혜승 대표, 김미정 감독, 배우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등 제작, 감독, 배우가 모두 여성이라 화제를 모았다.

궁중 미스터리를 표방한 ‘궁녀’는 출발이 좋다. 그동안 감춰졌던 궁녀들의 비밀스런 삶을 조명한 것만으로도 영화는 매혹적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궁녀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냈다면, ‘궁녀’는 거기에 혹독한 규율을 더해 은밀하고 억압적인 궁중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왕과 왕비의 합방을 훔쳐 보는 궁녀의 모습이라든가, 쥐부리글려나 바늘로 손톱밑을 찌르는 등 궁녀들 간의 비밀스런 고문 장면은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것들이다.

숨막힐 듯 엄격한 궁중 안에서 희빈을 모시던 궁녀 월령이 목을 매단 채 발견된다. 내의녀 천령(박진희)은 월령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과 자살로 위장된 타살이란 점을 알아채고는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보기 드문 사극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결합돼 흥미를 배가해 가던 영화는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힘에 부치고 만다.

시체에서 과학적으로 사망 원인을 살피는 등 조선판 여성 CSI를 연상시키던 초반의 기세 등등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진부한 한국형 전통 호러가 차지해버린다. “의녀에게 귀신이란 없다”고 말하던 천령의 말이 무색하게도 한을 품은 귀신이 사건의 중심에 서 버린다. 갑자기 원한, 복수, 모성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튀어나온다. 또 영화는 ‘대장금’이 보여줬던 여성들 간의 연대감은 볼 수 없고, 결국 기존 사극 속 남아 출산으로 그 위치를 다지던 여인들의 뻔한 궁중의 암투를 그려내고 말았다.

>> 어깨너머의 연인

이언희 감독과 고윤희 작가는 실제 30대 초반 여성으로 자신 또는 주변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여자가 있다. 정완(이미연)은 잘나가는 사진작가로 결혼과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결혼하지 않은 채 부담 없는 상대를 만나 연애와 섹스를 한다. 희수(이태란)는 돈 많은 ‘안심보험’ 같은 남자를 만나 일하는 대신 자신을 멋지게 가꾸는 편이 훨씬 적성에 맞는다.

싱글들은 연애에 성공해 결혼하면 모든 게 완성되는 줄 알았건만, 그 이후엔 권태로운 결혼 생활과 바람이란 장애가 떡 버티고 있다. 달라붙지 않는 유부남과 연애를 즐기던 정완은 결국 죄책감을 느껴 그만두고, 희수는 다른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남편을 차버렸다가 결국엔 다시 받아들인다. 남편 없이 홀로 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정녕 여자들의 최종 선택이란 안정된 결혼, 또는 홀로 해외여행 떠나기밖에 없는 것일까?

남편의 소득에 기대어 쇼핑을 즐기는 희수는 ‘된장녀’라고 욕먹을 캐릭터이지만, 영화는 그녀를 비난하기보다 그녀의 선택을 인정하면서 좀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홀로 가난하고 구질구질하게 살기보다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해 남자 덕에 편하게 살겠다는데 어쩔 것이냐는 거다. 하지만 영화는 ‘여자는 남자 따라 팔자 바뀐다’는 착오적 관념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희 기자 www.kimji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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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영화 & TV l 2007/10/2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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