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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학의 고전 ‘베오울프’가 21세기 할리우드 신기술과 만났다. ‘베오울프’는 영문학 최고(最古)의 서사를 스크린으로 부활시켰다는 점 이전에 기존엔 볼 수 없었던 혁신적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오울프’를 보면, 지금 보는 게 실사 영상인지 컴퓨터그래픽인지 헷갈린다. 레이 윈스턴, 앤서니 홉킨스,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등 낯익은 얼굴의 배우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100% 실사가 아니라 디지털을 덧입은 모습이다. 얼굴의 솜털과 주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의 정교한 표현을 넘어 컴퓨터그래픽은 피부의 움직임에서조차 매끈한 질감을 선사한다. 영화가 만들어진 방식은 이렇다. 배우들이 온몸에 센서를 달고 연기를 하면, 이 움직임을 캡처해 디지털로 변환한 것이다. 따라서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나 움직임은 그대로이지만 컴퓨터그래픽으로 몸은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해진다. 결국 배우들은 실제 몸 동작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화제가 됐던 안젤리나 졸리의 황금빛 누드는 안젤리나 졸리의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주인공 베오울프를 연기한 레이 윈스턴은 신기술이 제공하는 캐스팅의 자유를 가장 크게 누린 예다. 그는 실제로는 50세의 배 나온 중년이지만, 영화 속에선 ‘300’의 레오니다스 왕을 능가하는 몸짱 미남 전사로 거듭났다. 감독은 외모보다는 단지 그의 연기 때문에 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영화인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9)와 모션 캡처 기술을 선보인 ‘폴라 익스프레스’(2004)에 이어 ‘베오울프’에서 ‘퍼포먼스 EOG 캡처’라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몸에 센서를 다는 기존의 퍼포먼스 캡처와 함께 인간의 감정을 나타내는 안구의 움직임까지 캡처해 눈과 눈꺼풀 근육의 움직임을 더욱 생생히 표현해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사일까 애니메이션일까. 어느 장르에 속하는지 논란이 있겠지만 일단 아카데미는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규정했다. ‘베오울프’는 현실의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내년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슈렉3’ ‘라따뚜이’ 등과 함께 경쟁하게 됐다. 원작은 700년대에 나온 영문학상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으로 3183줄의 방대한 서사시이다. 6세기 덴마크를 배경으로 베오울프라는 인간이 괴물과 용, 마녀 등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다. 영웅과 괴물, 모험과 무용담이 득세하는 시대, 베오울프는 괴물 그렌델을 물리치고 흐로스가 왕이 통치하는 덴마크 왕국을 구한다. 부와 명예, 왕위까지 차지한 그는 수십년이 흐른 뒤 드래곤과 최후의 전투를 치른다. 각본을 담당한 닐 게이먼과 로저 에이브리는 다소 거친 원작의 스토리에 상상력을 보태 더욱 풍성한 서사와 의미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그를 용맹한 영웅으로 만들기보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나약한 인간의 성격을 부여했다. 결국 베오울프는 초인적 영웅의 모습 대신 인간의 오만과 나약함으로 인해 비극적 운명을 맞는 그리스식 영웅을 닮은 모습이다. 극장에선 2D, 3D, 아이맥스3D 등의 다양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아이맥스 버전은 마치 영화 속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입체감을 선사한다. 인물들이 내지르는 칼은 관객의 눈을 찌르는 것 같고,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객석에 튈 것만 같다. 싸움 장면은 원시적이고 잔혹하지만, 실사가 아닌 탓에 끔찍하기보다는 미학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14일 개봉.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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