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8세부터 엘리자베스 1세까지 이어지는 영국 튜더왕조는 서구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여섯 명의 아내를 두었고 그 가운데 둘을 처형시킨 헨리8세 이야기는 수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앤 볼린과의 스캔들이다. 헨리8세는 왕비의 시녀인 앤 볼린과 결혼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교회를 버리고 영국 국교회를 만들었으며, 다시 또 앤을 처형시켰다. 이 사건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1000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스캔들로 꼽았다. 튜더왕조 이야기는 수십년간 드라마, 영화, 책으로 재생산됐고 꾸준히 관객과 독자를 끌어들였다.


#‘천년의 스캔들’과 ‘천일의 스캔들’
‘천년의 스캔들’은 작년에 만들어진 인기 미드이고, ‘천일의 스캔들’은 20일 개봉하는 영화다. 비슷한 제목의 두 작품은 헨리8세와 앤 볼린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들 제목은 흥미를 유발하려는 국내 수입사가 지은 제목이며, 각각 ‘천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스캔들’ 그리고 앤 볼린이 왕비로 있던 ‘천일간의 스캔들’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미국 쇼타임에서 제작한 ‘튜더스-천년의 스캔들(원제: The Tudors)’은 드라마틱한 소재,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성적 묘사 등으로 인기리에 방송됐으며, 미국에선 시즌 2도 곧 방송될 예정이다. 국내에선 채널CGV에서 방송돼 평균 1.5%의 시청률을 기록, 심야시간 케이블 드라마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은 필리파 그레고리의 2002년 소설(The Other Boleyn Girl)이 원작이다. 책은 헨리8세의 또다른 연인이자 앤 볼린의 자매인 메리 볼린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2003년 BBC에서 90분짜리 드라마로 만들어진 데 이어 영화는 나탈리 포트먼과 스칼렛 조핸슨이 주연을 맡았다.
헨리8세 등을 다룬 또다른 영화로는 ‘헨리8세의 사생활’(1933) ‘사계의 사나이’(1966) ‘천일의 앤’(1969) 등이 있다. 또 그와 앤 볼린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역시 1930년대부터 시작해 작년의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엘리자베스- 골든 에이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 헨리8세는 섹시한 왕?
헨리8세를 다룬 드라마는 어느 왕실 사극보다 에로틱 코드를 앞세운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2000년대 만들어진 ‘튜더스-천년의 스캔들’과 ‘천일의 스캔들’은 그 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헨리8세의 초상화 속 모습은 뚱뚱한 거구인데다 앤 볼린과의 스캔들 당시 그는 30대 중후반이었지만, 이들 작품 속 헨리8세는 섹시하고 남성적인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특히 ‘튜더스’는 젊은 꽃미남 스타인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를 내세워 헨리8세를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섹시한 왕으로 둔갑시켰다. 또 드라마는 매회 수위 높은 정사신을 선보이며 에로틱한 코드를 강조했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은 해외 팬들 사이에서 드라마보다 섹시하지 않다는 평을 듣기는 했지만, 톱스타인 에릭 바나와 스칼렛 조핸슨의 정사 신 등 은밀하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영화 전편에 살렸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 관계자는 “헨리8세의 화려한 여성 편력과 그를 둘러싼 통속적인 스캔들이 작품의 성적인 코드를 유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헨리8세가 나라의 종교를 바꾸면서까지 앤 볼린을 선택한 건 로맨틱한 이유가 전부일까?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는 “헨리8세가 앤 볼린과 결혼한 것은 90% 이상이 단지 아들을 낳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가 여성편력이 화려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을 여러 번 한 가장 큰 이유는 아들을 낳기 위해서였다. 왕이 여러 명의 후궁을 두고 왕의 아들이기만 하면 왕위를 이을 수 있었던 우리 역사와 달리, 영국은 오직 정실 왕비의 자식만 왕위를 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튜더왕조는 신생 왕조였기 때문에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그의 강박관념은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에릭 바나

진짜 헨리8세 (초상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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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천일의 스캔들' 종교 개혁을 부른 욕정?
Tracked from 3 M 興 業 (흥 UP) 삭제치정 스캔들이 역사를 바꿨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을 보면 대충 맞는 말 같다. 영화 속에서는 "너 때문에 많은 피를 뿌렸다'는 말로 속성처리되긴 하지만, 어쨌든 한 여자에 대한 군주의 욕정이 국교를 바꿔버리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여차저차 그렇긴 했다만, 16세기 영국 종교 개혁의 배경이 단지 그것 뿐이었을까? 케네스 모건이 엮은 '옥스포드 영국사'(한울 아카데미)는 당시의 정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헨리 8세는..
2008/03/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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