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주신 멋진 상사 덕분에 얼마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봤다. (팀장 잘 봤습니다~^^)
톱스타가 출연하지도 않았고,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블록버스터도 아니었지만, 영화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평가 내린대로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였다.
제목에서 풍기듯, 달콤하고 살벌한, 즉 로맨틱과 스릴러 장르에 코미디가 결합된 아주 독특한 장르였다. (스릴러보다는 로맨스와 코미디쪽이 더 강하기는 했다.) 또 박용우와 최강희 두 사람의 귀엽고 깜찍한 연기(다른 수식어는 생각나지 않는다)도 훌륭했다.
이 외에도 이 영화가 또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여성 킬러 "이미자"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일단, 그녀는 놀랍게도 살인자, 킬러로서 한이 맺힌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공공의 적>에서처럼 완전 악의 화신같은 살인자이거나 <원초적 본능>에서처럼 신비롭고 위험한 팜므파탈도 아니었다.
한이 맺히거나 어두운 아우라 대신 이미자는 또래 다른 보통 여성들처럼 그저 발랄하기만 했다. 저 옛날 <전설의 고향>에 나온 처녀귀신부터 최근의 <친절한 금자씨>까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여성 살인자(킬러)들은 처절한 한이 맺힌 인물이었고, 또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인간이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개봉 전 영화 홍보할 때 여성 킬러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콤하고 살벌한 연인 미자씨는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일단, 미자씨는 젊다. 예쁘고 귀여운 마스크로 달콤한 연애를 즐긴다. 또 그녀에게는 아이도, 따라서 모성도 없다. 금자씨는 모성 때문에 감옥에 가고 섬뜩한 복수를 행한다. 또 금자씨가 처단하는 백선생은 누가봐도 절대악으로, 금자씨에게는 복수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금자씨가 섬뜩한 여성 킬러이기 이전에 엄마이며 또 그녀의 복수의 근원이 모성인 것과 달리(<오로라 공주>의 엄정화도 그랬듯이), 미자씨는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여성 킬러다. 그녀에게는 누구도 공감할만한 처절한 이유도 없다. 처음엔 우발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두번째는 돈을 노리고, 세번째와 네번째는 자기 방어를 위해 어찌어찌하다가 사람을 죽인다. 양심의 가책이나 죄의식은 털끝만큼도 없는 그녀의 걱정은 벽에 묻은 핏자국을 없애는 것, 그리고 시체 처리일 뿐이다. 게다가 "(사람 죽일때)언니 정말 날렵해요~"라는 칭찬(?)에 "어머 그랬니~"라며 살짝 부끄러움도 타신다.
알고보면, 미자씨는 금자씨보다 훨씬 더 나쁜놈이지만 "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끝까지 단죄를 받거나 파멸하는 대신 외국으로 잘 도피해 룰루랄라 살아간다. 단지 그녀는 많은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사랑의 아픔만을 겪을 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주인공 이미자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죄의식도 없는 사이코패스로 처벌받아 마땅한 인물이겠지만, 영화는 최강희의 평범하고 귀여운 마스크, 또 가벼운 코믹 터치를 통해 도덕적인 관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어쨌든, 이미자는 한국 영화 여주인공 캐릭터 중 독특한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죄의식 없는 발랄한 킬러'이기 때문인지 <킬러들의 수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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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지 못한 가벼운 킬러 아니, 살인자라서

2006/05/07 17:25오히려 사람들이 거부감을 못느끼고
로맨스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 킬러들의 수다도 있었군요
네. 발랄하고 비현실적인 코미디 영화라 거부감 없이 주인공을 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06/05/0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