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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세계 동시 개봉하는 ‘인크레더블 헐크’는 5년 전 ‘헐크’의 속편 아닌 속편이다. 섬세하고 사려 깊은 리안 감독이 만들었던 ‘헐크’는 쿵쾅거리는 액션보다 내면의 고뇌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다소 진지해 블록버스터다운 ‘쿵쾅’ 액션을 기대했던 팬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리하여 2008년판 ‘인크레더블 헐크’는 여름 시즌 액션 블록버스터다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편의 배우들도 모조리 바뀌었다. 에릭 바나에 이어 이번엔 에드워드 노튼이 브루스 배너 역을 맡았다. 평범한 과학자였던 그는 실험 중 감마선에 노출된 뒤 분노로 심장 박동수가 높아지면 자신도 모르게 초록 괴물 헐크로 변신하게 된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배너가 어떻게 해서 헐크로 변신하게 됐는가를 짧은 시퀀스로 간단히 나열한 채 곧바로 브라질 빈민가에 숨어사는 배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곳의 음료 공장에서 일하며 한편으론 해독제를 찾기 위해 미국의 한 과학자와 교신하며 살아간다. 한편 미국 정부 군대는 헐크의 힘을 신무기로 이용하기 위해 그를 뒤쫓는다.

‘본 얼티메이텀’의 탕헤르 추격전을 연상시키는 브라질 좁은 골목 추격 신에 이어 중반부터는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헐크의 막강한 위력이 발휘된다. “헐크가 때려부순다(Hulk smash!)”라는 대사가 드러내듯, 헐크는 큰 덩치와 괴력으로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다루고 군대의 장갑차까지 폭파시킨다. 액션의 클라이맥스는 후반부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헐크와 어보미네이션의 대결. 어보미네이션은 군대의 특수요원으로 헐크를 뒤쫓다 그 힘을 동경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인물이다. 결국 자신 안의 괴물을 제거하려했던 배너는 도시를 파괴하는 진짜 악을 제거하기 위해 이번엔 스스로 헐크로 변신한다. 헐크가 괴물에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지점이다.

한편, 헐크는 다른 마블 코믹스 사단의 주인공들과 달리 우울한 슈퍼히어로다.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이 매끈한 수트에 여유, 유머, 스타성까지 겸비한 반면, 헐크는 도망자 신세이며 인간의 모습을 잃은 야수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헐크가 돼버린다.

미국 당국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는 브루스 배너는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처럼 우울하고 지적인 스파이를 닮았다. 또 변신 뒤 이성을 잃고 괴력을 발산하는 헐크는 비운의 로맨티스트 킹콩을 떠오르게 한다. 헐크가 배너의 기억과 이성을 잃은 가운데서도 여자친구 엘리자베스를 두 팔로 안는 장면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인크레더블 헐크’에는 새로움보다는 기존의 괴수 영화, 재난 영화, 추격 영화 등에서 본 듯한 익숙함이 더 느껴진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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