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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3 현대미술에 날리는 통쾌한 펀치 <현대미술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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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잭슨 폴록의 그림 ‘넘버 5, 1948’가 회화 사상 가장 비싼 값에 팔렸다. 개인간의 거래릍 통해 1억4000만 달러(약 1330억원)에 팔린 것이다.

이같은 뉴스가 포털을 통해 보도되자, 네이버 등 댓글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저렇게 물감 대충 뿌려댄 게 뭐가 예술이냐, 말도 안 된다, 사기다, 저런건 나도 그린다" 등의 반응이 첫번째이고, 이에 반박하며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것들, 그 위대한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모르다니" 등등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을 옹호하는 반응이 두번째였다.

 예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대미술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과거 그 어느 사조의 미술보다 난해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는 데에는 일단 우리 두 눈만 필요하다.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모나리자의 알듯 모를듯 신비한 미소를 우리 두 눈으로 누구나 볼 수 있다. 물론, 르네상스 미술 전후에 대한 기본지식과 스푸마토 기법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다 빈치, 루벤스, 다비드, 세잔, 고흐의 그림은 각기 모두 달랐지만 어쨌든 알아 볼 수는 있었다. 그림 속에는 사람, 건물, 사물의 형체가 있었다. 하지만 형체를 해체한 피카소를 지나면서 현대미술은 두 눈으로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이건 예술적 식견이 부족한 내 탓일까, 이상하게 그려놓고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그들 탓일까?

그래도 잭슨 폴록은 좀 나은 편이다. 그래도 저 넓은 캔버스를 물감으로 모두 메웠으니...
드 쿠닝(아래 왼쪽)이나 프란츠 클라인(아래 오른쪽), 모리스 루이스(더 아래) 등의 작품을 보라. 정말 도화지와 물감만 주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대충 물감으로 그려댄 것 같지만 이 작품들은 매우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다. 순수 회화, 순수한 예술, 평면성을 추구한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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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 바넷 뉴먼, 케니스 놀런드, 도널드 저드, 프란츠, 클라인, 모리스 루이스, 프랭크 스텔라...

그림 앞에 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기도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보기도 하고, 뒤로 물러서 보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서 보기도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서 빨리 '그것'이... '그것'이 초점에 잡히기를 끝없이 기다렸다.



저널리스트인 톰 울프는 유명한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것'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미술에 있어서 '보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보는 것'이라는 것을. 특히, 현대미술에서 작품들은 조연, 이론이야말로 멋있는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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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울프의 <현대미술의 상실 The Painted Word>은 '난해한' 현대미술을 조롱하고 제대로 까발려주는 통쾌한 책이다. 1975년에 쓰여졌지만 30년이 지난 오늘날 읽어도 현대미술에 대한 그의 신랄하고 날카로운 문제제기는 생명력 있게 통통 튄다. 여기에 '위대한' 현대미술을 조롱하는 그의 유머와 위트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실주의를 배격하고 평면성, 회화의 순수함을 추구하던 현대미술은 미니멀리즘을 거쳐 개념미술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쯤 되면 과거 '위대한 예술가'의 장인정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론의 향연, 말장난만 남는 듯하다.

톰 울프는 피카소 이후 가장 성공한 현대화가, 196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선구자이자 대표적인 화가인 잭슨 폴록은 태어난게 아니라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를 뽑은 것은 돈 있는 '윗동네' 페기 구겐하임이고, 그의 명성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그의 아우라를 확립한 것은 그린버그와 로젠버그라는 두 사람의 미술평론가이다.

미술은 작품 자체보다 이론이 더 중요해졌다. 한마디로 미술계에 등장한 새로운 절차는 "우선 '말씀(Word)'을 배워라. 그러면 볼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린버그는 또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심오하고 독창적인 작품은 처음에는 추하게 보이는 법이다"라고. 그러니 추하게 보이는 현대미술은 사실은 매우 심오하고 독창적이라는 얘기다.


아방가르드 시대에 기분 나쁜 새로운 스타일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등을 타고 넘는 것' 뿐이다. 그러니까 옛날 입장이나 옛 친구인 화가들을 팽개치고 새로운 스타일의 '등을 짚고 뛰어넘어' 그 앞에 내려서서는 뒤를 가리키면서 '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더 새롭고 더 훌륭한 걸 발견했어. 이 앞쪽에서 말이야"하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의 사조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더 파격적인 것, 더 실험적인 것을 추구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다보면, 톰 울프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그들은 더 아방가르드적으로 보이기 위해 경쟁한거야.

톰 울프는 책 말미에 약 30년 후 2000년대를 이렇게 예언했다.


 2000년에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이 1945년부터 75년 사이의 위대한 미국 미술 회고전을 열게 되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3명의 주요인물로 부각될 화가는 폴록, 드 쿠닝, 존스가 아니라 그린버그, 로젠버그, 스타인버그가 될 것이다. 벽 위에는 이 시대에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던 금언들을 적어놓은 8*11 피트의 거대한 이론의 설명서들이 걸려 있을 것이다.



톰 울프의 과장된, 위트있는 예언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그 당시에는 '추하고 어렵게' 보여서 팝아트보다 잘 안 팔렸던 잭슨 폴록의 작품이 지금은 부자들의 투자 대상으로서 고액에 거래되고 있으니까. 그것도 사상 최고가에. 결과적으로 그의 패배라고 해도, 톰 울프는 현대미술을 이해 못하는 '무지한' 우리 대중들이 거꾸로 고매하신 그들을 조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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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책은 나의힘 l 2007/01/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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