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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07 바보상자의 역습- TV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든다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우리말로 해석하면 뭐가 좋을까? '죄의식 있는 즐거움 또는 쾌락'? 즉, 머리로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그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이어트 중이면서 야밤에 먹게 되는 치킨이나 라면, 아이스크림같은... 또는 역대 최고의 영화로 고전 '시민 케인'을 꼽으면서도 사실은 '메리에겐 특별한 게 있다'같은 섹스코미디를 더 재미있어 하는 것. 또는 퀸이나 비틀스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엔싱크나 'NOW'의 Various Artist를 남몰래(?)좋아하는 것. 이것이 guilty pleasure다.

아마 모든 사람들의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guilty pleasure는 TV나 게임일 것이다.
모처럼의 휴일. 책 한 쪽 안 읽고 TV만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하루 온종일을 보냈다면, 어두워질 무렵부터 서서히 후회(죄의식)가 밀려온다. 멍하게 TV 또는 게임에 빠져 하루를 허비했구나하는... 하지만 이같은 '죄의식'에 빠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내 머리는 멍하게 있지 않고 끊임없이 두뇌회전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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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나쁜 게 좋은 거다)라는 원제를 달고 있는 책 <바보상자의 역습>은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고 알려진 TV나 게임이 사실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TV 프로그램은 뉴스나 다큐멘터리, 교육용 프로그램이 아니다. 드라마나 리얼리티 프로그램같은 쇼 오락프로그램이다.

대중문화가 우리의 말초적 본능을 충족시킨다는 건 불변의 진리가 됐다. 대중사회는 점점 단순, 저급해지고 바닥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은이 스티브 존슨은 우리가 믿는 것과는 반대로, 대중문화는 단순해지는 대신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 두뇌를 자극하고, 우리의 참여를 유더하고, 더 깊이 있어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TV 시대 이후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미국인의 IQ는 꾸준히 상승했다고 한다.  

지은이 미국의 드라마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예전 드라마들은 단순한 스토리에 누구나 다 알 수 있도록 친절하게 복선을 깔아줬다. 따로 머리 쓸 필요 없이 드라마가 안내해주는 대로 '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최근의 드라마들 <소프라노스>, <웨스트윙>, <ER>, <24> 등은 복잡한 이야기 구조, 어려운 대사들, 꼭꼭 숨겨진 복선 등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뭔가를 분명히 알려주는 대신 애매하게 툭 던져주고, 시청자들이 알아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 이제 이런 드라마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멍하게 있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고 '분석'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머리 아프고 복잡해진 드라마들을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게 아니라 이 드라마들은 비평에서나 시청률에서나 모두 성공했다.

또 <서바이버>나 <어프렌티스>같은 세련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시청자들은 '학습'을 한다. 이들 프로그램이 단순히 슬랩스틱 코미디의 연장이라면, 시청자들은 도전자들과 탈락자들을 보면서 "저런 바보들을 봤나"라고 해야하지만, 시청자는 "나라면 이러이러한 이유로 누구를 탈락시킬텐데"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는 출연자들 사이의 사회적 역학과 게임의 법칙을 분석한다. 또 시청자들은 인터넷에서 <어프렌티스>의 도전 과제와 출연자들의 능력,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등 경영학 토론과도 같은 글을 수천개씩 쏟아낸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쇼에 100% 들어맞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라고 생각된다. 요즘 시청자는 과거와 달리 드라마나 쇼,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숨어있는 '행간'을 읽게 됐다. 우리나라 시청자들 역시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복습'을 하고 캐릭터의 뇌 구조와 인간관계를 '분석'한다.

지은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로 설명한다. 게임 역시 과거에 비해 고도로 복잡해졌으며 어느 한 게임을 위한 설명서도 몇백쪽에 이른다. 게임 회사들은 이제 정복하기 약간 까다로운 게임을 내놓으며, 게이머들은 이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든다.

물론, 지은이가 TV나 게임을 교육적이라고 열렬히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동안 '바보상자', 인간을 아무 생각 없이 묶어두고 단순화시키는 것으로 매도됐던 '저급한' 대중문화가 사실은 수십년에 걸쳐 복잡해지고 다층적이 되면서 우리의 뇌를 자극시켰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를 좀더 똑똑하게 만든 점도 있다는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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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jihee
책은 나의힘 l 2007/01/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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